올해 1월부터 총 16차례 만난 정부와 의료계 협상단 논의가 2기를 맞았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양측은 강하게 부딪혔다.
의료계에선 정원을 늘린다고 필수 지역의료가 살아날 수 없으며 일방적 증원시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대 증원은 국민 지지와 요구에 따른 필연적 정책으로 포퓰리즘으로 치부하지 말라고 맞섰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1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17차 회의를 개최했다.
먼저 의료계 대표로 나선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증원 수요 조사를 직격했다.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하다는 지적이다.
양 회장은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각 대학들과 부속병원, 해당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 모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서 “발표되는 수요조사 결과는 현실을 왜곡하고, 각자 목적에 따라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진료받기 가장 쉬운 국가”라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보상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제부터라도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의료사고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료에 임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면 필수의료 문제는 당연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 회장은 “만약 정부가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의료계도 지난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사협회가 대안도 없이 국민과 의료현장의 의사 증원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안타깝게도 의사협회는 국민 기대와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인식을 가져왔다. OECD 통계를 외면하고, 다수 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부정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협이 의사 인력 확충을 막는다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장의 요구를 의료인력 재배치라는 현실성 없는 대안으로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의료비 지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민이 응급실을 전전하고 소아과 오픈런이 벌어지는 현실은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올라가는 의료비는 당연히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마땅한 비용"이라며 의협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정책관은 “국민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달라”면서 의사협회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당부했다.
의료현안협의체 운영방향 재확인…내주 회의서 적정 보상 논의
이날 회의는 대한의사협회의 협상단 개편 이후 처음 열린 회의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 운영방향을 재확인했다.
의료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지역‧필수의료 혁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상호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 논의할 회차별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정해진 주제에 따라 지역‧필수의료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의사협회는 과학적‧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한 논의와 실질적인 필수‧지역의료 유입방안이 선행되면, 의대정원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위험‧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차기 회의에서는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적정 보상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였다.
양측은 앞으로 대한의사협회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며, 객관적인 통계와 다각적 정책에 기반해 체계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임을 생각하며, 열린 마음와 전향적인 자세로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종합적인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정성 의사협회 총무이사는 “국민들이 건강과 관련해 걱정하시지 않을 만한 정책과 제도, 시스템들을 만들어야 겠다는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를 마련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복지부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서정성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