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30호인 HK이노엔 ‘케이캡’과 34호인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위식도역류질환(GERD)과 관련된 항궤양제 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장 내 산이나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해 통증을 유발, 생활습관과 관련된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 관련 질환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2020년 기준 약 46만명으로 추정되며, 지난 5년간 연평균 2.2% 증가하고 있다.
아이큐비아는 국내 항궤양제 시장은 9000억원 수준이며, 해외의 경우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했다.
기존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를 위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이 빈번하게 처방됐지만, 최근에는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케이캡은 올해도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펙수클루도 안정적인 출발을 보여줬다.
P-CAB 계열 국산 신제품 출시가, 관련 치료제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케이캡은 대한민국 신약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대다수 국산 신약이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고 우울하게 퇴장했지만, 케이캡은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발돋움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케이캡 원외처방실적은 606억원으로, 이는 5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1%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세운 최대 실적을 자체 갱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케이캡은 국산 신약 중 최단 기간에 1000억원 고지를 점령하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게다가 P-CAB 계열 중 최다 적응증을 확보했다.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5개다.
국내에서 허가된 P-CAB 계열 치료제 중 사용 범위가 가장 넓다. 구강붕해제 및 저용량 제품까지 추가 발매하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대웅제약 펙수클루도 올해 7월 출시된 후 안정적인 랜딩을 보여주고 있다. 첫 달에만 매출 11억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이다.
경쟁 품목인 케이캡이 출시 첫 달에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적인 상황이다.
펙수클루 역시 케이캡과 유사한 방식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식약처로부터 저용량인 10mg을 허가 받았다.
저용량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에 이어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까지 적응증을 추가했다.
위염 병변 개선은 국산 P-CAB제제로서는 케이캡이 처음으로 확보한 적응증이다.
P-CAB 계열 국산 신약의 등장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실제 위식도역류질환 약제요법 가이드라인도 변경됐다. 기존 PPI 치료제가 가진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소방수로 P-CAB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제시된 ‘위식도역류질환의 진단과 치료제에 관한 서울 진료지침’에서 P-CAB 계열 치료제의 1차 처방이 권고된 바 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서도 최근 위식도 질환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P-CAB 계열의 치료제를 일차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P-CAB 계열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강력하고, 약효 발현이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PPI제제와 비교하면 산 분비 억제에 있어 훨씬 효과가 좋아,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 초치료에 P-CAB을 사용할 수 있다.
PPI제제→P-CAB 계열 ‘세대교체’ 바람
PPI는 위산을 분비하는 벽세포의 프로톤 펌프에 붙어 작용하는데 기전적 특성 때문에 약효가 발현하는데 3~5일의 시간이 걸린다.
반면 P-CAB 계열은 약효 발현 시간이 1일로 짧다. 식사 전후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음식을 먹어도 약 흡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감기도 길다.
김용성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이사는 “P-CAB은 복용 시간과 음식 흡수 영향, 최고 효과 도달, 반감기, 위산 억제능 등에서 PPI보다 유용하다”며 “심한 역류성식도염이나 경증에서도 P-CAB 사용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장기사용에 대한 P-CAB 데이터가 아직 없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PPI와 P-CAB이 공존하는 시대로 가다가 복약 편의성이 주는 이점 때문에 임상현장에 P-CAB 사용이 점차 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P-CAB 계열 항궤양제는 PPI 계열에 비해 환자들이 식사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며 “근거가 더 확보되면 임상 현장에서도 PPI 계열서 P-CAB 계열로 약을 스위칭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PPI 계열은 동일한 약물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지만, P-CAB은 약제마다 전혀 다른 구조를 가졌다”며 “P-CAB 계열 항궤양제는 치료 옵션을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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