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퇴출 위기 年 700억 셀트리온 '고덱스'
블록버스터 거대 품목 불구 '임상 유용성 부족·비용 효과성 저하' 등 아킬레스
2022.10.05 06:37 댓글쓰기

셀트리온제약의 상징이자 캐시카우인 간장약 ‘고덱스’가 급여퇴출 위기에 몰렸다.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약평위는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효과성 부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셀트리온제약은 이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심평원은 업체가 제출한 자료 검토를 통해 재논의를 앞두고 있다. 다만 셀트리온이 현재 처한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데일리메디가 고덱스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봤다. 


고덱스 임상 유용성 입증자료 ‘부실’…A8국가 허가 및 급여 무(無)


작년 750억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올릴 정도로 임상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고덱스는 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의약품 급여 재평가 기준은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가장 우선시되는 평가 항목은 임상적 유용성이다. 


교과서나 임상진료지침 등에서 일관되게 해당 약제를 권장하는지, 의료기술평가보고서나 임상연구 문헌 등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그런데 고덱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A8 국가에서 허가 및 급여 등재된 이력이 없다. 해외 국가들도 급여 적용이 필요한 약제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고덱스 처방 권장 내용을 담은 교과서와 임상 진료지침도 부재하다. 


결국 약평위 위원들은 셀트리온제약이 제출한 자료를 포함해 임상문헌 3건을 갖고 최종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었다. 


문제는 제약사가 근거로 제시한 논문도 표본 수가 너무 적어 통계적 유의성이나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해당 논문은 B형 간염 항바이러스제(엔테카비르)와 고덱스를 함께 복용했을 때 간수치가 개선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대상 환자 수가 130명에 불과했다. 이 결론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게다가 고덱스는 급여 등재 시점에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받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약제 선별등재시스템(포지티브시스템) 전환 이전에 허가와 급여 등재를 받아 임상적 유용성 평가 자체를 피할 수 있었다.


대한간학회 등 관련 학회도 소극적 입장


셀트리온제약은 위기에 처한 고덱스의 급여를 유지하기 위해선 간학회, 소화기학회 등 관련 학회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급여 재평가를 받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신경외과학회 등에서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간학회나 소화기학회 등 학회 차원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대한간학회 임원들에게 여러 차례 취재 요청을 했지만 “고덱스 급여 이슈에 대해 할 말이 없다”, “고덱스 급여 이슈에 대해 잘 모른다”,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등의 답변만 받았다. 


대한내과학회는 고덱스 급여 탈락에 대해 영문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학회 차원에서 별도 의견을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내과학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시중 간장약 중 간수치 개선 효과는 고덱스가 가장 뛰어나다”며 “하지만 간수치 개선에 대한 효과가 이번 결정에 반영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그동안 간학회는 간섬유화 개선이 없는 약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이런 견해가 재평가에 상당히 반영된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부연했다.


학회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이미 심평원이 요청했던 고덱스의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어 이를 뒤집는 공식 의견을 다시 표명하는 것은 부담이 따른다.


특히 고덱스를 사용하면서 경험적으로 이점이 있다는 것은 의료계에서도 인정하고 있지만, 논문 등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다는 것 또한 인정하는 분위기다.


비용 대비 효과성 의구심…대체약제보다 높은 약가 ‘단점’


심평원이 고덱스가 임상적 유용성뿐만 아니라 비용효과성도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는지를 확인하려면 먼저 비용효과성 판단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비용효과성은 ‘대체 가능성 및 투약비용 비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체약이 있는지, 있다면 투약비용이 얼마나 차이나는 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체 가능성 측면을 보면 고덱스는 ‘비페닐디메틸카르복실레이트’(BDD)이라는 직접적인 대체 약제와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라는 간접적인 대체 약제가 있다.


BDD는 7제 복합제로 구성된 고덱스 성분 중 하나로 간세포 재생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핵심 물질이다. 


UDCA는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물질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대웅제약 우루사가 있다. 기전은 다르지만 간장약 시장에서 고덱스와 비교 약물로 꼽혀왔다.


이번에는 투약비용 차이를 비교해볼 차례다. 심평원이 고시한 약제급여평가표에 따르면 고덱스의 급여 상한가격은 1캡슐당 371원이다. 


반면 고덱스 함유량과 동일한 BDD 25mg 단일제는 상한가격이 1정당 128~182원으로 고덱스 대비 34.5~49.1% 수준에 그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고덱스 처방액은 747억원이었다. 고덱스를 BDD 단일제로 대체하면 381억~489억원에 달하는 약가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복합제와 단일제를 약가만 두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UDCA 제제의 경우 200mg 제제는 1정당 165~180원이다. 만약 200mg UDCA 제제로 고덱스를 대체한다면, 385~415억원의 약가를 아낄 수 있다.


고용량 제제인 250mg와 300mg 또한 상한가격이 각각 228원, 273원으로 고덱스 대비 낮게 형성돼 있었다. 


결국 고덱스는 BDD 단일제라는 대체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BDD 및 UDCA 등 다른 간장약 대비 상대적으로 약가가 높아 비용효과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고덱스가 빠지면 대체 약제들을 쓰면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화기학회 한 관계자는 “고덱스가 탈락해도 BDD 단일제로 대체하거나 작용기전은 다르지만 UDCA도 사용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개원가 “복약 편의성 높은 고덱스 급여 탈락 아쉬워”


다만, 고덱스의 비용 대비 효과성에 숨은 1인치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단일제와 달리 고덱스는 한 알로 7개 성분을 동시 복용할 수 있어 복약 편의성이 높다.


약가가 대체재보다 조금 높지만, 비용효과성에 치료효과로 인한 의료비 지출 감소라는 요소까지 추가한다면 이번 급여 탈락 결정은 조금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 내과 개원의는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수치 등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고덱스는 시중 간장약 중 간수치 감소 효과가 가장 크다. BDD 단일제나 UDCA를 써도 되지만 간수치 감소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내과 개원의도 “장기복용 환자들은 대체로 기존 치료제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다. 약을 바꾸면 치료 순응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고덱스는 여러 성분이 복합된 간장약으로 복약 편의성이 높아 환자 순응도도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제약, 급여 재평가 불복 이의신청…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


셀트리온제약은 급여 재평가 결과에 대해 불복,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이번 1차 결과는 최종 결과가 아니며, 유효성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이의신청 기간 동안 심평원 및 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회사 입증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심평원의 급여적정성 탈락 원인이 됐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재평가 결과 통보 후 한달 정도 되는 시간동안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자료를 찾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남은 것은 비용 효과성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 있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고덱스 약가를 대체약제 수준으로 자진 인하를 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40~50% 가량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행정소송이다. 앞서 뇌기능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경우 선별급여에 불복해 복지부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소송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업체 측에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은 셀트리온의 이의신청 제기에 따라 10월에 관련 내용을 논의하게 되며, 최종 결과는 12월경 나올 예정이다.


고덱스의 올해 처방액은 약 8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셀트리온제약 연매출의 약 20% 수준이다. 셀트리온제약이 대표 품목 고덱스를 퇴출 위기의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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