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비코비원'의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됐지만 초반 성적은 초라하다.
향후 접종 범위가 확대될 여지가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뒤흔들 만한 제품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스카이코비원의 접종 의향을 밝힌 사전예약자는 79명이었다. 이달 5일부터 당일 접종도 시작됐으나 12일까지 실제 이뤄진 접종은 8건에 불과하다.
스카이코비원은 후발주자로 등장했지만 기존 백신보다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코비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군으로 분석한 결과, 2회 접종 14일 후 중화항체는 2.93배 형성됐고, 중화항체가 4배 이상 상승한 비율은 98.06%로 대조군 87.3%보다 높았다. 접종 후 이상반응도 대조군 14.6%보다 낮은 13.3%였다.
스카이코비원이 국산 백신이라는 점과 임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타백신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정부까지 나서 적극 알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은 18세 이상 성인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미접종자가 대상이다. 1·2차 기초접종만 가능한 백신이며, 4주 간격으로 총 2회 접종해야 한다.
국내 18세 이상 성인 97.4%가 이미 1차 접종을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할 대상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시장 확대의 최대 장애물이다.
다만 백신 사용이 확대될 여지는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스카이코비원으로 추가 접종을 받은 5개 대상군을 분석한 결과, 접종 전 대비 BA.1에 평균 약 51.9배, BA.5에 약 28.2배 중화능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질병관리청은 스카이코비원의 3·4차 접종 활용도 추진하고 있어 이르면 이달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수한 효능과 높은 안전성, 3·4차 접종 백신 추가 등의 호재는 있지만 백신 접종자가 크게 늘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들조차 추가로 백신을 맞겠다는 의지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미접종자나 접종자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전보다 약해진 데다 코로나19에 걸린다 해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 백신 수요가 전과 같지 않다.
특히 이미 화이자 등이 개발한 백신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스카이코비원에는 악재다. 실제 백신 사전 예약 현황을 봐도 전체 백신 중 스카이코비원 선택 비율은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이 국산 백신임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로 시장에 뒤늦게 등장했기 때문에 생각하는 만큼의 성과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시장에서 흔히 작동하는 선점 효과가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도 작용한다는 의미다.
스카이코비원은 61만 회분에 대해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했다. 초기 백신 접종이 저조한 만큼 출하된 약 모두를 유통기한 내 소진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셀트리온이 개발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도 국내 시장에서 큰 힘을 못 쓰고 지난 2월 사실상 퇴장했다.
정부는 국산 코로나치료제 허가에 따라 약 10만명 분의 렉키로나를 구매했으나, 이 중 절반 가량만 소진됐다.
렉키로나 공급 중단은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지배종이 되면서 항체치료제 효능이 떨어진 데다, 경구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국내 도입돼 필요성이 감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공급 중단과 함께 후속 제품으로 예고됐던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마저 임상을 중단해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