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이 한껏 문턱이 높아진 지주사 전환보단 동국생명과학의 IPO(기업공개) 추진에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 2017년 지주사 요건이 강화되면서 그룹 체제 전환에 미온적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1월 동국정밀화학이 동국제약 주식을 매입한 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동국헬스케어는 동국제약의 최대주주가 됐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동국제약을 자회사로, 동국생명과학을 손자회사로 두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 지분의 절반 이상은 권기범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즉, 권기범 회장이 최대 주주인 동국헬스케어홀딩스를 정점으로 그룹사 지배구조는 정리된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주사 자산총액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일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 넘으면 지주사로 본다. 하지만 동국헬스케어홀딩스의 자산총액은 1120억원 정도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없다”며 “만약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지가 강력했다면 다른 제약사들처럼 2017년 법 개정 이전에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공정거래법에서 제시한 자격 요건도 갖추는 일도 쉽지 않다”며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데, 현재 상황에선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국제약은 지주사 전환보단 내실을 갖추는데 더 주력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동국생명과학의 기업공개를 내년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동국제약은 지난해 4월 NH투자증권을 IPO 대표 주관사로, KB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동국제약 조영제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조영제와 같은 진단의약품·영상진단장비·의료기기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현재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합성원료와 완제의약품을 생산해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루닛과 협력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올 하반기 상장을 계획했지만 시장 상황이나 여러 가지 제반 여건을 고려해 내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IPO를 통한 신규 자금 확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과 인공지능(AI), 바이오로직스, 체외진단 등 성장성이 큰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