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발단이 돼 노사 분규가 장기화되고 있는 제약기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쥴릭파마서비스솔루션즈코리아(SSK), 한국먼디파마 등이 그 예다.
SSK는 지난해 3월 PC(Patient Care) 사업부 정리를 단행했다. 이 때 정리해고된 직원 18명이 사측을 형사고발했으며 현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해고무효소송 1심이 진행되고 있다.
갈등은 단체교섭 중이던 2020년 10월 직장 내 괴롭힘이 접수됐다는 이유로 해당 부서 직원인 노조 지부장이 대기발령을 받으면서 비롯됐다.
같은 달 노조원 2명이 추가로 대기발령 조치됐고 2주 파업 및 3번의 징계위원회가 있었다. 이후 해당 부서 직원들은 모두 희망퇴직 또는 정리해고 통지를 받았다.
해당 부서 직원 전원이 노조원이었다는 점에서 갈등은 증폭됐다.
해고된 직원들은 “코로나19로 활황을 누리고 있던 우리 부서는 없애고, 영업실적이 적자였지만 노조원이 없는 타 부서는 살아남았다”며 “명확한 사유도 모른 채 사측이 속전속결로 우리를 내보냈다”고 분노했다.
이와 관련, SSK 측은 “정당한 쟁의활동을 존중하고 관련 법률 및 사내 규칙에 맞춰 공정하게 절차를 밟고 있다”며 "사업부 폐지가 노조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국먼디파마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해 8월 교섭이 이뤄지던 시기 노조 지부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는데, 직장 내 괴롭힘이 접수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당시 지부장에게 정확한 사유를 알려주지 않고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조사받기를 지시했다.
코오롱제약도 지난해 4월 징계해고된 노조 지부장 S씨와 사측 간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곳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안양지방법원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S씨는 패소했다. S씨는 항소할 예정이며 이와 별개로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형사 고발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코오롱제약에서는 지난해 초 내부 인사권 및 판촉용 제품 불출 의혹에 대해 노조가 사측에 항의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후 회사는 S씨를 대표이사 협박·근무질서 훼손·인사권 침해·회사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해고 조치했다.
"대형로펌 끼고 직장내 괴롭힘 이용해서 노조 탄압" 주장
이처럼 업계에서 교섭 시기 중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으로 노조 간부가 징계당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다국적제약사 지부로 구성된 한국민주제약노조(위원장 박기일)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제약노조 관계자는 “외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특히 화학분야 외투 기업에서 이런 일이 늘고 있었다”며 “대형 로펌을 끼고 직장 내 괴롭힘 명분을 이용한 ‘신종 노조탄압’이 업계에서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관성에 대해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은 노조원이냐 비노조원이냐에 상관없이 신고가 접수되면 사내 절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다”며 “누구나 가해자 될 수 있고, 회사 처분에 불응하는 경우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비노조원인 임원·간부들이 신고를 당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