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의 부천 지역 진출을 위한 상동부지 용도변경를 두고 부천지역 5개 병원과 길병원 간 신경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부천시에 원무구 상동지역 2만3400여㎡에 1000개 병상 규모 종합병원 신축 계획서(총 사업비 5000억원)를 제출했다.
이에 반대하는 부천시내 5개 병원(순천향부천, 부천성모, 세종병원, 다니엘병원, 부천대성병원)은 지난 5일 부천시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길병원을 소유한 가천길재단은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 바이오리서치단지 조성사업에 손 댔다가 공사비 횡령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부천 상동부지 용도변경 논란에도 휩싸이게 돼 '영리 추구 의료 재단'이라는 여론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탄원서를 제출한 5개 병원은 "길병원의 자연녹지 용도변경을 시가 허락하는 것은 부당 특혜"라며 "길병원은 2001년 병원 건립을 이유로 부지 매입 이후 고의로 착공을 늦춰 땅값을 올리는 부동산 투기를 자행해 부천 시민을 우롱했다"고 강력 비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길병원은 "부천지역 병원 건립을 위한 용도변경 요구 등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상동부지 진출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는 양상이다.
지역 병원 경제권 다툼을 놓고 길병원-탄원서 제출 5개 병원의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천시는 인구 1만 명당 병상수가 59개로 전국 중 의료기관 과밀도가 매우 높다.
인천을 거점으로 매머드급으로 성장한 길병원이 이미 포화상태인 부천지역에 1000병상 종합병원을 짓게 되면 병원 간 과열경쟁이 촉발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시민들이 입게 될 피해가 크다는 게 탄원서 제출 병원들의 논리다.
이들은 "길 의료재단이 부천시민들의 공익을 생각한다면 고령자 대상 전문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병원, 치매센터 등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순천향부천병원 관계자는 "길병원은 2001년 평당 85만원씩 총 60억원에 자연녹지인 상동부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길병원 주장대로 용적률 변경이 이뤄질 경우 평당 400~500만원으로 지가가 폭등하게 돼 부동산 투기 특혜를 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길병원은 부천지역 진출 및 병원 건립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길병원의 부천시 병원 건축 및 부지 용도변경은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병원 건립 진행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게 사실이다"라며 "다만 부천은 지역사회이기 때문에 길병원만의 일방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천시 "시민 요구 최우선 될 것"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부천시는 "시민들 요구에 따라 용도변경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부천시 도시관리계획과 관계자는 "길병원 부지 용도변경을 놓고 쌍방간 엇갈리는 입장에 대해 부천시가 편파적으로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 부천시는 민원 처리를 하는 기관이므로 시민들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길병원이 제출한 용도변경 내역은 현재 경기도 심의에 넘어간 상태로 올해 6월경 결정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경기도가 용도변경 내용을 허가하게 되면 부천시는 길병원과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의 공적 투자 등과 관련해 협상하게 된다"며 "순천향부천, 부천성모 등 5개 병원이 제출한 탄원서는 참고사항으로 관건은 시민 여론에 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