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기자]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수퍼 주주총회’ 시즌이 4월이 되면서 막바지에 이르렀다. 금년에 교체 혹은 유임이 예고된 제약사들의 전문경영인(CEO) 및 오너는 모두 20여 곳 정도로 집계됐다.
이중 삼진제약과 동화약품은 전문경영인과 오너 수장이 교체됐고, 나머지 제약사들의 경우 CEO 및 오너 재선임 안건을 상정, 모두 통과시켰다. 한국콜마와 경보제약은 CEO를 신규 선임했다.
대대적인 인사 폭풍이 예상됐지만, 보수적인 제약업계 분위기와 경영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찻잔 속 태풍’에 머무르는 모습이다.
최장수 제약사 CEO 이성우 퇴임·윤도준 회장 사임
국내 제약업계 ‘최장수 CEO’의 대명사인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약사 출신인 이 사장은 지난 1974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뒤 영업담당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1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18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400억원에 불과한 삼진제약의 매출을 2453억원으로 6배 넘게 끌어올렸다.
국민 해열진통제 ‘게보린’도 이 사장에 의해 승승장구했다. 이 사장이 퇴임한 뒤 삼진제약의 새 대표로 장홍순·최용주 부사장이 선임됐다.
삼진제약은 정기 주총 및 이사회에서 두 명의 부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로 결정했다.
이로써 삼진제약은 창업주인 최승주·조의환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장홍순 사장, 최용주 사장까지 4명이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도 사임했다. 정기 주총에선 새 수장으로 박기환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동화약품 최초로 오너일가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윤도준 회장은 의사 출신이자 동화약품 오너 3세로 최대 주주다. 동화약품은 지난 2008년부터 윤도준 회장과 전문경영인(CEO)이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잦은 CEO 교체로 몸살을 앓았다. 박기환 대표이사는 베링거잉겔하임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UCB 중국/동남아시아 총괄대표, UCB 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콜마는 강학희 대표이사가 사임에 따라 안병준 한국콜마 홀딩스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화장품 부문)으로 신규 선임했다. 한국콜마는 앞으로 윤상현, 이호경(제약 부문), 안병준 3인 대표이사로 운영된다.
보령제약은 최태홍 사장 임기가 지난해 만료되자 후임자로 이삼수 사장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 사장은 LG생명과학 공장장, 한미약품 상무, 셀트리온제약 부사장을 거쳐 2013년 보령제약에 입사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안재현 사장과 함께 보령제약을 이끌 예정이다.
경보제약은 강태원 대표이사 사임 후 김태영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김태영 신임 대표이사는 종근당홀딩스 기획 및 재경 총괄, 경보제약 관리본부장을 거쳤다.
‘장수 CEO’ 계보 잇는 이정치· 김동연 대표
제약업계 장수 CEO 계보는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와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 오흥주 동국제약 대표 등이 이어나가고 있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이 물러나면서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이 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물려받았다. 6연임에 성공하며 오는 2021년 3월까지 회사를 경영하게 됐다.
이 회장은 1967년 일동제약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3년부터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지난해 분할된 일동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17년째 CEO를 맡고 있다.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도 주총에서 재선임되며 5연임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11년간 일양약품 CEO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첫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서며 높은 실적을 올렸다. 연구소장 시절에는 회사 연구개발 (R&D)에 기여했으며 특히 위궤양치료제 놀텍, 백혈병치료제 슈펙트 등 국산 신약 개발에 큰 공을 세웠다.
오흥주 동국제약 대표 역시 주총에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약사 출신인 오 대표는 1989년 동국제약과 인연을 맺은 후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을 거쳐 2009년 2월부터 대표로 취임, 경영 일선에 나섰다.
오 대표 체제 아래 동국제약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해외사업부 등 삼각편대가 균형있는 성장을 이끌어 매출액이 4000억원대를 넘어섰다.
한미·대웅 대표 등 재선임 대열 합류…‘안정’ 선택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재선임 리더 대열에 합류했다. 우 대표는 1990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팔탄공단 공장장· 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 권세창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임기가 남아 우종수· 권세창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한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대표는 임성기 회장의 장남이다. 임 대표는 2000년에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한 뒤 2009년 한미약품 사장, 2012년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2016년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올라섰다.
윤재춘 대웅 대표도 재선임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3월22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윤 사장은 1985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공장관리센터장,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하고,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왔다.
특히 그는 대웅 대표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이사, 전승호 사장과 함께 대웅제약 공동대표이사에 선임되는 등 대웅그룹 사업을 안정적으로 총괄해왔다.
명문제약은 최근 정기 주총을 갖고 임기가 만료된 우석민 회장과 박춘식 사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했다. 우석민 회장은 오너 2세 경영인이며, 박춘식 사장은 영업 사원으로 입사해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6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32년째 ‘명문맨’을 고수해 온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와 한독 김영진 대표이사 회장, 삼천당제약 윤대인 대표, 휴온스글로벌 김완섭 대표도 재선임 대열에 합류했다.
창업주인 故 최수부 회장의 아들인 최성원 대표는 2016년부터 회사를 제약업계 매출 1조 원 클럽에 진입시켰다. 이에 변화보단 안정을 택하며 최 대표를 재선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천당제약 계열사인 디에이치피코리아 여대훈 사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삼천당제약 관리이사 출신으로 삼천당이 DHP 인수 당시인 2013년 8월 등기이사, 그해 11월 대표 이사에 선임됐다.
임기가 만료된 국제약품 창립자인 남영우 대표와 고려제약 창립자 백해룡 대표, 경동제약 창립자 류덕희 대표도 유임됐다.
오너 2세인 환인제약 이원범 대표, 진양제약 최재준 대표, 제일파마홀딩스 한상철 대표, 이연제약 유용환 대표 등도 무난하게 자리를 지켰다.
유리천장 뚫은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 연임
보수적인 국내 제약업계 유리천장을 뚫은 대표 인물로 꼽히는 부광약품 유희원 대표도 재선임됐다.
국내 제약사 최초 여성 CEO 타이틀을 보유한 유 대표는 연구원 출신으로 1999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2015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유 대표는 지난해 외형면에서 개별 기준 1925억원 규모의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R&D 투자에서 창출한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수익까지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었다.
오픈이노베이션 강화를 통한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여성 불모지에 가까운 제약업계에서 여성 CEO로서 가치를 높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아제약 허미애 대표이사도 사내이사로 유임됐다. 창업주 허익 명예회장의 딸인 허미애 대표는 삼아제약 해외사업을, 아들인 허준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 총괄을 맡고 있다.
오너 3·4세도 경영 일선 참여
일동홀딩스는 정기 주총에서 일동제약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윤 사장은 지난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한 후 지난 2011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14년부터는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 중이다. 윤 사장은 지난 2016년 옛 일동제약의 분할 이후 일동제약에서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유유제약은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공고히해 나가고 있다. 유유제약은 정기 주총에서 오너 3세인 유원상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유승필 회장의 장남인 유 부사장이 입사 11년만에 등기임원에 선임되고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다.
유 부사장은 미국 트리니티대 경제학 학사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뉴욕 메릴린치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쳐 지난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했다.
녹십자홀딩스도 주총을 통해 녹십자 창업주 고(故) 허채경 회장의 손자인 허용준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오너 3·4세가 속속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새판 짜기에 나섰다”며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오너 3·4세들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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