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의약품·바이오 등 헬스케어 산업 육성 및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법안들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우려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3~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재개했지만, 신속한 신약 허가 진행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관련 법안은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해 허가, 심사에 드는 절차를 단축하고, 조건부 허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희귀질환 의약품 등에 한해 임상부터 의약품 출시까지 일련의 과정에 드는 시간을 줄여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해왔다.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개선 및 혁신신약 개발 촉진 등을 위해서다.
신약의 경우 임상에서 판매까지 평균 10년이 걸리는데, 이중 심사와 허가에 평균 2년이 소요된다. 이에 미국은 2012년 획기적 의약품 지정제도를 도입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을 줄여 나가고 있다.
일본, 영국 등도 앞다퉈 규제 완화에 나서며 자국 제약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도 제약·바이오 산업 지원을 약속했던 터라 연내 해당 법안 통과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제약산업 육성법) 개정안은 소위를 거치면서 패스트트랙에 관한 내용이 삭제됐다.
제약산업 육성법 외에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및 혁신신약 개발지원법안,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 등도 발목이 잡혔다.
국회가 약사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법안 통과를 미룬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이들 단체들이 "기업 이윤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혁신신약 개발지원법 폐기"를 줄곧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과 같은 지원책은 차일피일 미뤄져 해를 넘겨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규제와 관련된 법안은 신속하게 통과됐다.
대표적으로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의 상한액이 약사법 개정 심의 단계에서 상향 조정됐다. 제약사와 도매업체는 상한액이 2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원안에는 약국·제약·도매업 등 업종과 관계없이 과징금 상한액을 매출액의 3%로 일률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간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 기대감이 컸는데, 패스트트랙은 물론 첨단재생의료법 통과도 물 건너간 분위기"라며 "규제는 늘고, 의무도 느는데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제약사 관계자도 "모든 의약품이 아닌 희귀의약품에 한해 부분적으로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해보는 것도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정도라면 과징금을 더 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꾸 매만 맞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제약산업 육성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