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진수 기자] 안국약품이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제약사들의 윤리경영 인증 무용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37001’은 전세계 162개국이 참여하는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부패방지시스템 표준 규격으로, 조직 내 부패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제정됐다.
‘ISO37001’ 인증 획득 시 조직 내에서 발생 가능한 부패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통제 및 관리가 가능하며 조직의 절차에 따라 실행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내부 조직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공정경쟁규약(CP)과 달리 전반적이고 직·간접적 불법 거래까지 포함돼 있어 제약업계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현재까지 한미약품,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아ST, 유한양행, 일동제약, 코오롱제약, GC녹십자, JW중외제약 등 9개사가 1차로 인증을 완료했고, 2차로 동구바이오, 명인제약, 보령제약, 삼진제약, 안국약품, 휴온스글로벌, 종근당 등이 인증을 받았거나 인증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ISO37001 인증을 받았거나 인증을 받겠다고 천명한 제약사들이 잇따라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ISO 인증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모양새다.
21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안국약품은 불과 일주일 전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KCCA)으로부터 국제표준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 인증을 획득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실시했다.
당시 안국약품은 올해 5월부터 ISO 37001 인증 획득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했으며, 내외부 부패리스크 진단 및 평가, 내부심사원 육성, 부패방지 목표 수립, 모니터링 등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성과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견제약사 국제약품 역시 남태훈 사장이 직접 ISO37001 인증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이미 고착화 돼 있는 상황으로 현재의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리베이트도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역시 “CP에 이어 ISO37001를 도입했다고 리베이트가 근절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몇몇 제약사만 윤리경영을 실천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업계 전체가 의지를 갖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