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잇따라 바이오 업계 진출하면서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재 영입으로 빠른 성장을 도모했던 롯데바이오로직스 전략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前)직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기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직원의 이직이 자사 기술 및 영업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미국 바이오기업들은 인재 채용 시 동종업계 이직 금지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상당하다. 영업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영업비밀방어법(DTSA)' 등 법적 장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방향을 바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의 이탈은 롯데가 바이오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일 때부터 시작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이원직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 BMS를 거쳐 2010년부터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 합류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동해 10년간 근무했다.
이런 경력이 지난 5월 롯데지주가 BMS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원직 대표는 이번 가처분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원 판단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직원 3명은 업무상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법원 판단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법원은 '직원들이 영업 기밀을 가져간 경우, 이를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해선 안 된다'는 점에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라며 "그러나 해당 직원들은 영업 기밀을 갖고 오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고질적인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GC녹십자도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직하는 직원이 늘자, 해당 회사로 항의성 공문을 보낸 일이 있다.
대형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벤처, CRO 업체들도 투자해 키워온 인재가 경쟁업체로 이직해 직무 관련 중요 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인력풀이 협소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우수 인력 영입은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따라서 인재 유출은 기업 입장에선 핵심 기술 및 영업 기밀 누설의 위험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에는 바이오벤처들도 직원을 뽑을 때 미국처럼 비밀 유지나 경쟁사 이직 금지에 관한 서약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문화가 국내에서도 보편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