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입장에서 글로벌 2세대 비만치료제 양대산맥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리아릴리는 꽤나 버거운 위치에 있다.
직접 경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한국인 맞춤’ 전략 및 ‘효능 보완’, ‘위탁생산’ 등의 무기를 가지고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한미약품, 한국인 맞춤 GLP-1 표적 비만치료제 3상 임박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한발 앞서 있는 형국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28일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 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출시를 위해 식품의약안전처에 3상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본래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주사제로 개발됐다. 2015년에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라이선싱을 계약도 신약후보 물질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사노피가 계약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이 과정에서 소득은 있었다. 바로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본 것이다.
나비드 사타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2021년 열린 미국당뇨학회(ADA) 과학 세션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및 혈압, 체중을 낮추며 주요 심혈관과 신장질환 발생률을 안전하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적응증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국인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 25kg/m2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만치료제로 출시되면 2세대 비만치료제에 대한 국내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출시된 노보노디스크 2세대 비만치료제는 엄청난 수요 탓에 전 세계적 품귀현상을 겪고 있어 국내 상륙 시점이 미지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만약 개발이 성공하면 수입산 GLP-1 비만약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출시 시점이 에페글레나타이드 성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3상 임상시험에 출시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025년 이후 본격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해외 2세대 비만치료제 공급 부족 현상이 2024년 말부터 해소될 것으로 전망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가 이보다 늦어질수록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비만치료제 관련 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20년 독일 제약사 머크(MSD)에 기술수출한 GLP-1과 글루카곤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현재 임상 2b상이 예정돼 있다.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소 효과도 있어 비만 적응증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비알콜성지방간질환(NAFLD)에 대한 임상2a에서는 높은 지방간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NASH에 대한 임상2b상에서는 체중 변화도 살펴볼 예정이다. 또 다른 NASH 치료제이자 GLP-1, GIP, 글루카곤 삼중작용제도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동아ST,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 임상 1상 목전
동아에스티는 비만치료제 ‘DA-1726’ 전임상 결과를 지난 6월말 열린 제38회 미국당뇨학회 과학 세션에서 발표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인 뉴로보파마슈티컬스와 GLP-1과 글루카곤 이중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DA-1726의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표 따르면 비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고용량 DA-1726이 32.6%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동아에스티는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가 유사 시험에서 체충 감량 측면에서 24% 효과가 나타난 것과 비교해 더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중작용제인 티르제파티드와 비교했을 때는 동물모델이 음식 섭취를 더 많이 했음에도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포도당, 트리글리세라이드, 총 콜레스테롤(T-CHO)과 같은 대사 지표들도 티르제파티드 대비 우수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2023년 하반기 글로벌 임상1상 신청계획을 차질 없이 제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동아에스티는 마이크로니들 제형의 당뇨와 비만치료제 연구도 돌입한다. 동아에스티는 금년 2월 마이크로니들 의학품 개발기업 주빅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주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화와 품질 분석을, 동아에스티는 원료공급과 동물실험을 통한 성능 입증을 수행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양사가 개발할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에 삽입된 후 녹는 매우 작은크기 바늘에 약물을 담지한 것이다. 통증없이 안전하게 스스로 투약할 수 있어 사용 편리성이 높다. 또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는 열안정성이 높아 유통 및 보관도 수월하다.
유한양행, 새 기전 적용 병용요법 모색
유한양행은 GLP-1이 아닌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인 GDF15를 타깃으로 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YH34160’의 이 비만치료제는 지난 2021년 6월 열린 제81회 미국당뇨학회 과학 세션에서 전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YH34160은 비만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에서 최대 11.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유한양행은 “유사한 시험조건에서 세마글루티드로 진행됐던 전임상 결과(최대 5% 감량)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