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 일부가 상폐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공동세미나를 열고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기반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주식시장 진입과 퇴출 측면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IPO시장(진입)이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 흐름에 왜곡이 발생하고, 완화적인 상장폐지(퇴출) 요건과 절차로 인해 저성과 기업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발표한 'IPO 제도 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시행되면 현재 상장폐지 기준인 코스피 시총 50억 원·매출액 50억 원, 코스닥 시총 40억 원·매출액 30억 원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기존 요건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어 지난 10년간 두가지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상장요건 대비 상대적 비율 및 주요국 증시와 비교, 시장간 차이 등을 고려하여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상향조정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코스피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500억 원, 매출 300억 원 이하 기업은 퇴출당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00억 원, 매출액 100억 원 미만인 기업이 탈락된다.
매출액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 원, 코스닥 600억 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도입해 매출액 요건이 강화되는 2027년부터 적용된다.
바이오업체 17곳 시가총액 300억 원 미달…관리종목지정 유예기간 종료도 임박
시뮬레이션 결과, 최종 상향조정 완료시 코스피는 62개사(총 788개사중 약 8%), 코스닥은 137개사(총 1530개사 중 약 9%)가 요건 미달에 해당하게 된다.
특히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이익 실현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퇴출 위기에 처한 기업이 다수다.
24일 기준 시가총액 300억 원에 미달하는 바이오 업체는 ▲올리패스(115억 원) ▲비엘팜텍(166억 원) ▲애드바이오텍(175억 원 ▲클리노믹스(196억 원) ▲빌리언스(200억 원) ▲한국유니온제약(216억 원) ▲세종메디칼(230억 원) ▲비피도(261억 원) ▲우진비앤지(266억 원) ▲피씨엘(269억 원) ▲바이오인프라(280억 원) ▲셀레믹스(282억 원) ▲우정바이오(283억 원) ▲진바이오텍(283억 원) ▲제넨바이오(288억 원) ▲에스엘에스바이오(293억 원) ▲에스씨엠생명과학(299억 원) 등 17곳이다.
이 중 ▲한국유니온제약 ▲세종메디칼 ▲제넨바이오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2023년 기준 매출액 100억 원 이하 기업은 ▲박셀바이오 ▲보로노이 ▲샤페론 ▲셀비온 ▲올리패스 ▲압타바이오 ▲안트로젠 ▲에스엘에스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인벤티지랩 ▲제넨바이오 ▲카이노스메드 ▲카이바이오텍 ▲큐리언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이 있다.
특히 기술특례로 상장해 올해로 관리종목지정 유예기간이 끝나는 바이오 기업 중 2023년 연 매출이 30억 원(2026년 매출 요건)을 하회하는 ▲박셀바이오(1372만 원) ▲압타머사이언스(2억 원) ▲에스씨엠생명과학(7억 원) 등은 올해 매출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안을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에 발표된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이 시장 건전성 강화와 상장 바이오기업의 가치 증대를 염두에 두고 개편한 점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기술성 특례상장 바이오기업들이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인수하는 사례들을 방지하고, 신약 개발연구에 집중해 본질적인 사업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점에서 시장 평가를 존중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개선안에 법차손(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 관련 대책이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매출 기준과 흡사한 원리를 적용해 일정 시가총액 충족 시 법 차손 기준을 면제해 주는 방안 등 대책 마련을 제안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