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에서 소아당뇨를 앓는 8세 딸과 부부가 사망한 비극과 관련해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제1형 소아당뇨에 대한 국가 책임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최용재)는 “이번 일가족 사망 사건은 예견된 참극으로,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라며 “제2, 제3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소아당뇨는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적절한 치료와 가족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제도적 결함 탓에 소아당뇨 환자와 부모들이 원망 속에 삶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해 온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현행 의료시스템이 제1형 당뇨환자 진료를 축소시키고 있음에 울분을 토했다.
협회는 “소아당뇨 환자 진료는 장시간이 소요되지만 감기환자와 동일한 진료수가가 적용되는 탓에 제1형 당뇨 소아환자를 진료하려는 의료기관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당뇨 환자는 제도가 만든 의료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제도 설계자와 실행자들은 그동안 이 비극을 외면해 왔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의사는 혈당측정 기록지를 모두 읽어보고 개별적인 용량 변경과 대처방법을 처방해야 한다”며 “이걸 어떻게 단돈 1만원으로 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제1형 소아당뇨 환자를 위한 의료보험 혜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소득이 낮은 가족과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당뇨병 관리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학교에서는 아동에게 인슐린 주사 및 혈당 모니터링을 허용함과 동시에 긴급 상황 대비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협회는 “미국의 경우 소아당뇨 호나자들이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고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투표권 없이 병든 어린 국민과 인생의 초입에 아기의 병마로 절망에 빠진 젊은부모들에 대한 연민에 가슴이 메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협회는 “우리나라도 소아당뇨 환자가 최소 18세가 될 때까지만이라도 장애인 혜택을 받도록 하는 등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용재 회장은 “제1형 소아당뇨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책적으로 지원책이 적극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