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문은상 前 신라젠 대표 등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020년 5월 거래정지된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신라젠은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오후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지난달 신라젠이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토대로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상장폐지 결정의 주요 원인은 ‘불확실성’이었다. 신라젠은 2020년 11월 기심위가 부여한 개선기간 1년간 종전 발표했던 개선계획에 대한 이행내역을 거래소에 보고했다.
기심위가 신라젠에 요구한 주요 거래재개 요건으로는 ▲경영진 교체 ▲지배구조 개선 ▲대규모 자금 확보(500억원 이상, 신규 최대주주 지분율 15% 이상) 등이 있었다.
신라젠은 우선 엠투엔의 기업 인수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및 자금 확보 문제를 해결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4월 엠투엔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엠투엔은 인수를 위해 신라젠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억원을 투입했다. 신라젠은 이후 유상증자를 한 차례 더 진행해 총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현재 엠투엔은 신라젠 최대주주로 지분 18.23%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도 있었다. 신라젠은 지난해 10월 장동택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시장 재진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기심위는 신라젠의 경영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엠투엔 인수 이후에도 뚜렷한 매출 성과가 없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엠투엔 인수 이후에도 신라젠은 매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신라젠 누적 매출은 2억3400만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8억7200만원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누적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도 각각 131억원, 83억원이었다.
신약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펙사벡’ 단일 파이프라인이라는 점도 계속기업으로서 약점으로 지적됐다. 신라젠은 아직 임상에 진입하지 못한 JX-970을 제외하면, 펙사벡 또는 펙사벡 병용요법의 성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펙사벡 또한 미래를 확실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펙사벡의 미국 임상3상은 무용성 평가 끝에 중단 권고를 받았다. 현재 펙사백은 리제네론 세미플리맙과 병용투여로 신장암 임상2상을, 리스팜 소카졸리맙과 병용투여로 흑색종 임상1b/2상을 진행 중이다.
단일 파이프라인 위험성은 최근 부침을 겪었던 메드팩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메드팩토는 식약처가 백토서팁 병용요법의 임상 변경 신청을 ‘사망자 발생’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3일 주가가 하한가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다만 거래소가 그동안 요구했던 조건인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 대규모 자금 확보와는 다른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만큼, 20일 이내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신라젠에 투자한 주주뿐만 아니라 업계 일각에서도 상장 폐지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성호 신라젠 소액주주 대표는 “거래소를 주식 거래 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라젠 측에서도 상장 폐지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공시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을 확인했다”며 “아직 기심위로부터 어떤 설명도 전달받지 못했다. 우선 이번 판단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기심위에게 문의할 것”이라고 말헀다.
이어 “거래소에서 요구한 재개 요건을 거의 다 맞췄다.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올해 상장 이후 매출 및 향후 사업 다각화 측면에 대해 기심위에 상세히 소명했다. 향후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기심위에서 말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명할 발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