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PA(진료보조인력) 업무 범위에 대한 수사당국 판단의 윤곽이 드러났다. 경찰은 PA의 불법의료행위를 이유로 고발된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1년 넘는 조사 끝에 결과를 내놨다. 심초음파에 대해서는 의료진 전원 불기소, 골수천자에 대해서는 적절치 못한 의료행위가 이뤄지게 된 책임을 묻기 위해 병원 을 기소의견 송치했다. 비슷한 시기 검찰도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PA에게 심초음파를 시행토록 한 종합병원 2곳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이 첨예했던 PA 업무범위에 대한 사정당국의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의료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알려진 경찰과 검찰의 PA 업무범위 조사결과와 이에 대한 의료계 반응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검경 "심초음파검사, 의사가 감독했다면 PA 시행 가능"
심초음파 검사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모두 불법성 책임을 묻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경북 포항 소재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한 포항북부경찰서는 심초음파 시행 주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물었다.
서면답변에서 복지부는 “간호사는 의사 지도 하에 진료보조행위를 수행할 수 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간호사의 초음파검사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서울아산병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한 송파경찰서는 실제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졌다. 수사팀은 여러 단계의 시술로 시행되는 심초음파 검사에서 PA가 수행한 행위의 위험성을 들여다 봤다.
예를 들어 심초음파 기록지를 보고서로 작성하거나 검사를 위한 사전 준비 등을 간호사가 단독으로 실시한 경우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행위로 결론 내렸다. 또 의료서비스를 저해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한 이 과정에서 의사가 실시간으로 관리·감독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심초음파를 받은 당사자인 환자로부터 의견서도 받아 참고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은 이 병원 의료진 전원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물론 검찰이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간 실시된 조사 끝에 나온 결론으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A교수는 이 같은 수사결과에 대해 “법적인 문제인 만큼 개인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심초음파가 진행됐던 상황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A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간호사가 검사 일부를 실시하고 이를 의사가 확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간호사가 실시하더라도 매 순간 같은 공간에 의사가 상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심초음파검는 의사들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상회한다”며 “자격이 검증된 간호사들이 보고서 작성과 같은 부수적인 행위를 일정 부분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골수천자’, 전공의보다 숙련 간호사 실시가 더 효율적
서울아산병원은 심초음파와 함께 간호사가 의사 대신 ‘골수천자’를 진행해 문제가 됐다.
송파경찰서는 심초음파와 관련해서는 의료진 전원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골수천자는 병원 재단법인에 대해 기소 의견, 관련 교수 등 의료진은 전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골수천자는 혈액이나 골수 병증을 진단하기 위해 뼈를 뚫고 골수에 침을 꽂아 수액을 채취하거나 골수 부분을 뜯어내 검사하는 행위로,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의사가 직접 실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의료행위 위험성을 과학적 근거가 아닌 자의적 해석에 기반해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골수천자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어려운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숙련된 간호사도 충분히 할 수 있으며, 전공의보다 오히려 숙련간호사가 진행하는 게 효율성이나 만족도가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골수천자는 뼈를 뚫는다는 점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해 보이지만 바늘이 깊이 들어가도 장기나 혈관, 신경을 건드릴 가능성이 없어 위험성이 낮다”며 “외국은 간호사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골수천자는 대부분 인턴이나 전공의가 담당하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술도 서툴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숙련 간호사가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병원 재단법인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에 대해서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교수는 “경찰이 복지부 자문을 통해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골수천자가 뼈를 뚫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은 과학에 기반한 판단이 아니다”며 “전문간호사가 시행했을 때 결과가 더 좋다는 논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문가 자문이나 충분한 데이터 조사도 없이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교수는 골수천자와 같이 전문성보다 숙련도가 중요한 검사는 간호사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이냐 아니냐가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골수천자를 담당하는 경우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흔하진 않다”며 “전공의 보다 숙련된 전문 간호사가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醫 “PA 문제, 명확한 업무범위 기준 필요”
심초음파나 골수천자 등 의료행위는 간호사와 의사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오랜기간 의료계 내외부로 논란이 됐다.
‘의사 지도하에 진료보조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전제만으로는 검사과정서 이뤄지는 다양한 행위들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어떤 행위가 의료행위에 포함되는지, 의사만 가능한 행위가 무엇인지 등은 어디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며 “PA 불법성 판단에도 복지부 유권해석을 통해 건별로 판단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는 기본적으로 PA가 없는 제도지만 암암리에 활용되고 있다”며 “협회는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선 PA가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의료현실 속에서 행위의 주체보다 질(質)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심장학회 임원인 B교수는 “심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실시간으로 검증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며 “의료인에 포함된 간호사 등 진료보조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건 질 관리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B교수는 “미국의 경우 ‘소노그라퍼’라는 직종이 단독으로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수가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초음파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증의에 의한 검사가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재 수가로는 요원하다”며 “검사 주체보다는 관리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