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가운데 소위 BIG3에 해당하는 ‘GPS(GE·Philips·Siemens)’ 업체들의 대응 방식이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매출은 대부분 상승했다.
GE헬스케어의 경우 본사 매출은 감소했지만 헬스케어 분야는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그룹 매출액은 코로나19로 항공 분야 등에 타격을 받아 8% 감소한 205억 달러를 기록했다. 헬스케어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4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수익은 8억9600만 달러로 15% 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마련했던 재무 지침을 철회하는 한편 의료 분야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 하에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인 ‘Mural Virtual Care Solution을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5명의 간호사가 최대 100병상의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의료 AI 기업 루닛과 파트너십을 통해 AI 기반 기반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 ‘흉부 케어 스위트(Thoracic Care Suite)’를 출시했다. 이는 의료 AI 스타트업과 엑스레이 장비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글로벌 거대 기업이 합작으로 인공지능 제품을 상용 출시하는 첫 사례기도 하다.
GE 측은 “매년 약 14억 건의 흉부 X-ray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다양한 적응증을 빨리 찾을 수 있는 도구가 코로나19와 같이 의료진에게 큰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경우 코로나 이후 수익이 더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액은 35억87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33억100만 유로 대비 5.5% 늘었지만 순이익은 같은 기간 3억4500만 유로에 비해 12%가량 감소한 3억400만 유로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3월까지의 매출은 36억85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35억500만 유로에 비해 3.3% 증가했고 순이익도 3억8100만 유로에서 9% 증가한 4억1400만 유로로 늘었다.
영상 분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치료 분야는 5.7% 증가했고 진단 분야는 2.2% 감소했다.
지멘스 측은 “코로나가 매출에 4%p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영상과 의료 분야가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대폭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과거의 예측이 무의미해졌다”라며 “전염병 유행의 기간이나 강도에 대해 신뢰할 만한 예측이 없어 당분간 구체적인 사업 개발 관련 가정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멘스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항체 검사 ‘Total Antibody COV2T‘의 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IgM과 IgG 항체 모두를 검출해, 무증상이거나 진단 이력이 없어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 반응체계를 갖춘 사람을 초기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멘스는 이를 기반으로 월 5000만 건의 검사키트 생산에 나선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선별진료소 등에서 사용되는 이동식 X-ray를 출시했다. 최근 출시된 ’모빌렛 엘라라 맥스‘는 감염 위험을 낮추도록 표면을 항균 코팅 처리하고 시스템 표면의 미생물의 수를 감소시켰다. 이동식 X-ray 촬영에 표준화된 기술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검사 과정에서 표준화가 가능하다.
필립스는 의료 분야 외의 매출 감소로 일부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필립스가 공개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43억 유로였다.
같은 기간 동안 진단&치료 부문은 9% 감소한 19억 유로, 가전제품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퍼스널헬스 분야는 19% 감소해 10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에 필립스는 최근 퍼스널헬스 분야 가운데 일반 소비자 대상의 DA 사업부 매각 방침을 밝혔다. 지난 2013년 오디오·비디오 사업 매각 및 2016년 조명기기사업부 분사에 이어 DA 축소로 의료기기 분야에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필립스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선보인 장비 중 하나는 모바일 중환자실이다. 빠른 조립과 배치가 가능해 감염 급증 상황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상위 5개국 중 하나인 인도에 배치됐다.
이처럼 대형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의 경우 올해 초 의료 수요 급증으로 인해 오히려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매출액 예상치를 철회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 따른 전반적 경기 침체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어 2분기 이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