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비영리법인이 4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소송을 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사무장병원 개설을 도왔다면 요양 급여 환수 처분 대상이라는 것이 법원 판결의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A사단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공단은 A사단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이 법이 금지하는 ‘사무장병원’이라는 공익 신고를 받았다.
의사 면허가 없는 B씨가 A법인에 1억원을 명목상으로 기부하고 월 200만원을 사용료로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사 결과 B씨와 A법인 대표 C씨는 형사 재판에 넘겨졌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A법인에는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A법인에 3억9398만원의 급여를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A법인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법인 측은 “B씨에게 명의를 대여해 준 사실이 없음에도 그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내려진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계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과실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뿐이고 오히려 B씨 때문에 법인은 손해만 봤다”며 “수진자에게 행한 정당한 대가까지 전부 몰수하는 것은 과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 모두 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A법인이 비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과, B씨가 자신의 대출금으로 병원의 적자를 메꿨다는 점을 볼 때 A법인에 지급된 요양급여비는 사무장병원 운영에 따른 부당 이득금”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B씨로부터 명의 대여 대가로 일정 금액을 받은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단순히 관계 법령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