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기기 중고거래가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있지만 규제당국의 손길은 사실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메디가 29일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서 의료기기 관련 키워드 검색을 한 결과, 올해 현재까지 800여 건이 넘는 의료기기 중고거래 게시물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색결과를 살펴보면 “[병원 의료기기] 초음파 치료기 팔아요”, “XX의료기 개인용 적외선 조사기 XXX-XXXX 병원용 팔아요”, “XXXXX 연하치료용 고주파 치료기(병원용) 99% 새거상태 팔아요” 등 중고 의료기기 거래가 아무런 제지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판매업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판매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은 일부 품목을 제외한 중고 의료기기의 유통 및 판매 시 검사필증을 부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14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대형 인터넷 카페에서는 어떤 검증절차도 없이 중고 의료기기 거래가 성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에서의 중고 의료기기 거래는 100% 불법으로 보면 된다. 판매업 신고를 차치하더라도 검사필증이 전혀 부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규제당국이 실효성 없는 검사필증제도를 시행하면서 불법 거래를 부추긴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미국 같은 경우 의료기기를 철저히 분류해 관리한다. 개인용과 병원용으로 나눌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를 미용기기 등과 구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기준을 매우 포괄적으로 설정하고 있어 불법이 아닐 수 있는 거래도 불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중고나라 뿐 아니라 직역별 의료인 커뮤니티, 옥션 중고장터, G마켓 중고시장, 번개장터 등이 대표적이며 오프라인에서도 암암리에 행해지는 거래가 적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불법 거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규제 당국은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인 거래까지 막기 어렵다”며 “국민들에게 중고 의료기기 거래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시키는 한편 중고 거래 사이트에도 중고 의료기기의 거래 차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