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우리나라 기업 제조 의료기기의 대학병원 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울성모병원이 국내서 개발된 수술로봇을 활용한 술기 교육에 나섰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이근호 교수는 최근 출입기자단과 만나 “가톨릭국제술기교육기술센터에서 국내 개발된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Revo-I)를 활용해 광범위 자궁절제술과 위장절제술을 시연했다”고 밝혔다.

 

레보아이는 국내 의료기기업체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복강경 수술로봇장비다. 자궁절제술은 이근호 교수가, 위장절제술은 외과 과장인 송교영 교수가 집도했다.

 

이근호 교수는 “복강경 수술 로봇 개발은 각국에서 진행 중이지만 세계 두 번째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됐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제품성에 비해 아직 현장에서 많이 쓰이지 않고 있어 교육센터 도입을 통해 임상 자료도 쌓고 의료진과 함께 개선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송교영 교수는 “의사들이 한 번 손에 익은 장비를 교체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있다. 국내 장비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비교우위가 있어야 한다”며 “수술로봇 장비를 한 번 들인 의료기관은 도입을 계속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복강경 수술 로봇 분야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수술로봇을 통해 학술적인 결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고 이는 결국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에도 이익이 되는 셈인데 독점적 기업 행태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울성모병원 술기센터의 카데바 관리가 매우 잘 되고 있고, 로봇수술 자격요건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국제술기교육센터는 의대생 교육 등을 포함한 임상술기교육이 이뤄지는 곳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미라텍스 카데바(혈관 손상시 실제 혈액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재현되도록 가공된 카데바)를 활용해 실제 환자를 수술하는 것과 유사한 환경이 구축된 임상해부연수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근호 교수는 “시연은 순조롭게 마쳤다. 다빈치와 기능을 견줘 볼 때는 비유하자면 국산차와 외제차 느낌”이라며 “장비 가격 및 유지 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레보아이를 활용한 산부인과계통 수술은 이번에 처음 시연된 것이다. 때문에 암수술과 같은 고난이도 수술에 당장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자궁근종 수술 등 종합병원 규모에서 많이 시행되는 수술에 적용하기에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근호 교수는 “종합병원은 특정 수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경우가 많은데 레보아이가 여기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수술이 고가의 비급여로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은데 가격 경쟁력을 통해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