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비대면 진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중심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암환자와 같은 중증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비대면 서비스는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인해 올해는 특히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의료계의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방식의 진료 서비스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9일부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동시유행인 ‘트윈데믹’ 상황에 대비해 소아·고령자·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항바이러스제 처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는 전화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디지털 뉴딜로 변화될 일상 생활에 대한 상황극을 보여주면서 “나 때는 말이야, 비염,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매번 병원에 갔어야 했지. 이제는 전국민 인공지능(AI) 주치의 덕에 비대면으로도 진료가 되니 참 다행이야”라는 대사로 비대면 진료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년 2월부터 9월까지 이뤄진 약 77만 건의 비대면 진료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39만 건이 만성질환을 다루는 내과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비대면 진료=만성질환' 위주라는 공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일수록 비대면보다는 지속적인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2020 과학기자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만성질환은 환자들이 합병증 관리를 간과하고 약만 먹는 경향이 있다”면서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계속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비대면 진료만으로는 어렵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적용대상 확대 어려운 이유는
일각에서는 중환자들을 위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수술받은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이 지방에서 올라오는데 한 번 진료를 받을 때 항암치료에 하루, MRI 촬영에 하루, 판독 후 외래에 하루 이런 식으로 기다려야 한다”며 “각 진료 일정도 며칠 간격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병원과 거주지를 오가는 불편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대학병원 외과 B교수도 “영상촬영을 지방에서 하고 서울에 있는 주치의가 판독 내용을 보며 환자에게 상담하는 것처럼 부분적으로라도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면 환자 불편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지역별 의료 통계 연보에 따르면 서울시 내 의료기관 이용자 가운데 30%는 여전히 타 지역에서 온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수술 후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암 환자들의 부담을 고려한다면 보조 수단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암환자를 위한 비대면 의료서비스는 당장 도입이 쉽지 않다. 중증질환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어 일차의료기관에서 가장 경계하는 쏠림 현상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기반 구축을 위해 질환별 AI 정밀진단 소프트웨어 닥터앤서 개발 및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과 의료기관 간 협진이 가능한 스마트병원 구현을 계획 중인데, 이 또한 중증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효과가 높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사실상 비대면 진료의 적용 대상을 만성질환을 포함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데 실제 진료 주체인 의료계가 어느정도까지 호응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을 포함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논의하기로 한 데 대해 의협은 “비대면 진료는 의정협의체를 통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