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최일선에서 코로나
19 감염자와의 접촉에 노출돼 있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감체채취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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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호장비 소요량 증가로 검체채취 담당 의료진에게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을 권장하는 등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병원 스스로 의료진 보호에 나선 모습이다.
환자와의 직접 접촉이 불가피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을 넘어 별도 분리된 공간에서 전신보호복 착용 없이 검체채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 동부병원 ‘세이프티 가드’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은 최근 의료진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진료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세이프티 가드(safety guard)’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세이프티 가드’ 선별진료소는 의료진과 검체자의 공간·동선이 분리된 양압진료실과 음압검사실을 구축해 감염 우려가 낮고, 보다 신속하게 진료 및 검체 채취를 진행할 수 있다.
의료진은 양압 공간에 검체자는 음압 공간에서 유리벽을 통해 인터폰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유리벽에 비닐로 막은 구멍을 이용해 검체를 채취한다.
검체 채취 시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검체자는 자체적으로 냉장고에 검체를 보관하고 뒷정리까지 한 후 검사실 밖을 나오게 돼 진료소 내 2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검체자가 나가면 공기 순환을 통해 방을 정화하고 다음 검체자가 들어오는 방식으로 세이프티 가든 선별진료소는 기존 1시간 정도 걸리던 검체 채취 시간을 15~20분으로 단축시켰다.
또한 레벨D의 방호복 착용이 필요하지 않아 의료진의 체력소모가 덜하고 근무환경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물품 수급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동부병원 김석연 원장은 “지금과 같은 양압진료실 내에서는 레벨D를 입지 않고 최소한의 마스크와 고글만으로 충분하기에 의료진들이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직접 고안한 ‘전용 1인 채취실’
H+양지병원은 전용 1인 진료부스를 개발했다. ‘SAFETY'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의사와 환자를 분리한 1인 진료부스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 빠르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음압시설 및 UV램프가 설치된 부스내부는 음압이 계속 유지되며 의사가 부스에 부착된 글러브를 이용, 부스 내 환자의 검체를 채취한다. 현재 총 4기를 설치했다.
부스 내 인터폰을 설치, 진료 중 상호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부스 밖으로 청진기를 부착하고 내부에 펜 라이트를 비치,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 가능하다.
무엇보다 SAFETY는 H+양지병원 현장 의료진의 적극적이 아이디어와 의견을 통해 착안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안전한 검체채취 장소는 실험실에서 위험한 물질을 다룰 때 주로 사용하는 ‘BSC’ (BIO SAFETY CABINET)를 응용해 제작했다.
검체채취는 1분이면 충분하며 환기와 소독 역시 1~2분 안에 마칠 수 있다. 현재 4개 부스 동시 운영 시 소독 시간을 감안하면 시간당 최대 10명까지 검사할 수 있다.
H+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은 “의료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방호복, 마스크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국의 중소 지역거점병원에게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라매병원 ‘글로브-월’ 시스템 도입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도 ‘글로브-월(Glove-Wall)'이라는 새로운 검체채취 방식을 고안했다.
유리벽으로 된 상자에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영아를 돌보는 인큐베이터와 유사한 구조다.
내부 중앙에는 아크릴 유리벽을 두고 검사자와 의료진의 공간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직접접촉 없이도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음압기기를 별도로 설치해 내부 공기의 외부 유출을 차단했고, 의료진과 검사자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시켰다.
이 ‘글로브-월’ 시스템은 서울시 산하병원 및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 등에서 벤치마킹해 운영 중이며, 태릉선수촌에 설치된 서울시 생활치료센터에도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다.
보라매병원 김병관 병원장은 “해당 시스템은 의료진의 추가 감염을 예방하고 레벨D 보호장구 사용을 절감해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검사방식”이라고 평했다.
이어 “신속하고 안정적인 소독 여건이 마련된 시설에서 도입할 경우 매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