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1.25%로 동결하고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마저 점쳐짐에 따라 대학을 포함 대형병원 내 의료장비 구매 방식이 기존 ‘금융리스’에서 ‘은행대출’로 전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빅5 병원 중 한 곳인 연세의료원 법인이사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데 관건은 교육부 승인 여부다.
14일 연세대학교 예산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남식 前 연세대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료원 리스자금 차입과 관련, “의료장비를 관행적으로 금융리스 방식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구매한 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의료장비 마련을 위해 금융리스를 이용했는데, 저금리 기조가 유례없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리스와 은행대출 두 가지 방법을 두고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5억~10억원을 넘어가는 정책 자산들은 리스형태로 써왔다”면서도 “금융리스나 은행대출이나 매달 갚아간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최근 은행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법적인 문제다. 연세대가 의료원의 장비를 은행 대출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승인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1항은 학교법인 그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 또는 의무 부담이나 권리 포기를 하고자 할 때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연세대 내부에서는 은행 대출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민지홍 법인사무처장은 “은행대출은 교육부 승인사항이며, 대출 조건에 대해 은행과 협의한 후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차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한국사학진흥재단(사학재단)에서 기채를 받지 않고, 은행대출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리 저금리 기조라고 하지만 사학재단에서 기채를 받으면 대출금리가 2% 안쪽”이라며 “사학재단에서 빌려주는 돈이 한정돼 있거나 빌릴 액수가 크면, 심사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제1금융권을 고려하는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학재단에서 승인 받을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한정돼 있는 만큼, 연세대가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대출을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연세대가 저금리 기조 안에 힘입어 의료장비 도입을 은행대출로 할 경우, 이 같은 영향이 타 대형병원에 미칠지도 관심이다.
대형병원들은 일반적으로 금융리스로 의료장비를 구비했으나, 연세대 결정에 따라 은행대출을 선택하는 후속주자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기존 대부분의 대형병원들이 의료장비 도입 시 금융리스를 통해 진행했다”면서 “현재 저금리 기조가 확실하기 때문에 연세대 사례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