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80여일 앞둔 가운데 보건의료계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모습이다.
당장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과 24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과 주요 쟁점법안을 놓고 연속회담을 가졌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 수를 7명 늘린다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형성,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비례대표 의원이 그만큼 줄어들 전망이다.
더구나 여야 지도부는 앞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보건의료계 정계진출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진 길조차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醫 "상대적 위축, 아쉽다" vs 與野 "문제될 것 없다"
실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 공개오디션을 천명, 상향식 공천방식 도입할 뜻을 밝혔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그간 지적된 '밀실공천' 논란을 일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또한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의 선정기준을 명확히 한 후보자 추천・선출 시행세칙을 발표해 객관성을 높이고 분야별 인물을 두루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오디션 방식을 차용한 상향식 비례대표 공천은 직역별 배심원단이 구성돼 다득점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하기에 하나의 직역에서 다수의 비례대표가 나오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더민주의 경우에도 경제, 사회, 복지・노동, 기타사회 4개 대분야로 묶어 선정한다는 계획에 따라 한정된 비례대표 후보 정원에서 노동계와 자리를 다퉈야할 보건의료, 복지, 직능, 중소자영업계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당장 비례대표 총원이 줄어드는데다 여야 비례대표 공천방식의 변화로 정계 진출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아쉽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비례대표를 포기하고 지역구로 직접 진출을 노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목적의식이 다른 만큼 의료계 목소리를 전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야 관계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세부적인 공천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적극성을 띤 직역별 인재를 당원이 직접 뽑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야당 관계자 또한 "전통적으로 노동계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복수대표성을 원칙으로 후보를 선정하기에 특정 직역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당 가입으로 영향력 높였어야…"
정치권의 이 같은 변화에 한차례 바람으로 그친 '1인 1정당 가입운동'에 대한 아쉬움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의료인들의 정당가입이 다수 이뤄져 당내 위치와 영향력을 높여놨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1인 1정당 가입운동이 붐처럼 일었다. 특히 울산시의사회와 전남시의사회에서 그 움직임이 활발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울산시의 경우 운동이 있었던 당시에만 새누리당에 160명,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17명, 정의당에 3명이 가입했다.
이 외에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한의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약사들은 시・도약사회 차원에서 정당가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바람을 탔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지속되지 못했고 정당가입 행렬은 이어지지 못했다.
이와 관련, 변태섭 울산시의사회장은 "의료인들 의견을 정계에 전하기 위해서는 정당 가입을 통한 직접적 의사전달통로 구축이 큰 도움이 된다"며 "울산의 경우 새누리당에 많은 회원들이 가입해 의료계 현안을 전달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일부 지역, 소수에 그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정당에 가입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며 운동성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환규 前 회장 시절 적극적으로 운동을 전개했던 대한의사협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직접적인 정당가입 독려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개인, 시도 차원에서의 운동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간접적인 지지의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