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전산화단층촬영
(CT) 빈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검사현장에 감염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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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병원들의 안전 불감증 탓에 CT 검사를 받는 환자들이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1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법 시행 이후 바늘주사기는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지만 약물과 주사바늘까지 연결하는 실린지(Syringe, 의약품직접주입기구) 재사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데일리메디가 전국 상급종합병원들의 CT 오토인젝터(Auto Injector) 실린지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병원이 1회용을 재사용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T의 경우 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조영제 주입 후 촬영을 하는데, 이 때 쓰이는 실린지는 1회용과 12시간용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적잖은 병원들이 1회용 실린지를 여러 환자들에게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하루 동안 사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병원이 1회용 실린지를 재사용하는 원인은 감염 위험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 기인한다. 실린지의 경우 환자 피부에 직접 접촉되지 않다 보니 감염 위험이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 대학병원 방사선사는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환자 튜브의 경우 1회용 사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린지의 경우 신체와 직접 접촉이 없어 시간별로 교체한다”고 말했다.
‘역류방지용 필터’에 대한 맹신도 1회용 실린지 재사용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필터는 혈액이나 주사액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환자 튜브에 장착돼 있다. 해당 필터가 감염 위험을 차단해 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해당 필터는 1회용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환자 튜브에 장착돼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실린지 재사용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환자 튜브에 역류방지용 필터가 있다는 이유로 실린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침했다.
잦은 의약품직접주입기구 교체에 대한 업무 부담 역시 1회용 다빈도 사용의 원인 중 하나다. CT실 근무자 입장에서는 각 환자마다 실린지 세트를 교체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호소한다.
수도권 대학병원 방사선사는 “검사 받을 환자가 밀려 있는 상황에서 촬영할 때마다 실린지 세트를 교체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물론 1회용이 아닌 12시간용 실린지를 사용하는 대학병원도 적잖다. 상급종합병원 20여 곳이 12시간용 실린지 세트를 사용 중이다.
1회용 재사용에 따른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고, 잦은 교체 부담도 덜 수 있어 최근에는 12시간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방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작년까지 1회용 실린지를 사용했지만 올해부터 12시간용으로 대체했다”며 “감염과 위법성 우려에서 보다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의료소모품 관리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별 병원의 제품 선택권을 인정하면서도 허가사항 준수에 따른 사용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느 제품을 선택하느냐는 병원의 결정이지만 1회용 의료소모품을 재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의 경우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의사면허 자격 정지 6개월 처분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