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의료데이터 활용에 있어 기업이나 병원이 아닌 정보 소유 주체인 환자 입장을 보다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의대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1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제3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의료데이터는 개인 소유임에도 환자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인이 본인정보를 직접 내려 받거나 동의하에 제3자에게 제공해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대학병원의 의료데이터를 환자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유출 등의 우려로 시민단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고, 현재 국회에서도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강건욱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 중인 건강검진 기록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며 “서울대병원에서 15년 동안 건강검진을 시행했지만 데이터가 등록돼 있지 않아 직접 건강검진 결과를 홈페이지에서 기록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5년 간의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하다 말고 포기했다”며 “의료법상 환자가 요구하면 의료정보를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종이에 인쇄해 주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활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개인 의료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운 미국 유전체 분석 업체 ‘diagnomics’를 통해서는 자신이 항응고제인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정보를 얻었다.
강건욱 교수는 “내 경우는 해당 약물을 간 효소가 빠르게 분해해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며 “몸에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됐음에도 국내서는 이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활용 부재는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강 교수는 “과 특성상 희귀 암 환자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분들은 200~300장에 달하는 의료기록을 일일이 출력해 가져와야 한다”며 “의료환경에서 그 자료를 전부 검토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수 많은 건강검진 비용에서만 ‘맞춤형 의료’가 되고 있다”며 “기업이나 연구자 입장에서 쉽게 활용하기 위한 게 아닌 자기 결정권을 위한 환자 스스로의 의료데이터 열람과 활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포럼에 참석한 한양대학교 건강과사회연구소 김재용 교수는 “의료데이터가 ‘일차적’이 아닌 ‘이차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용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응급실에서 환자가 과거에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무슨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일차적 목적이라면 의료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받아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부터가 이차적 목적이며 이를 두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미국에서 의료데이터 활용을 결정한 후 대형병원이 서로 자기 환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공유에 제한을 둔 사례도 있었던 만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