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혁신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선(先) 진입 후(後) 평가' 체제가 도입되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 절차가 크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일 GS타워에서 개최한 ‘혁신의료기술 규제혁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송상훈 교수는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체외진단장비 허가의 선진입 후평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곳은 없으며 신의료기술평가 역시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완화되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의료기기 규제완화 방침에 따라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및 의료기기 시장 선진입 후평가 체제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방침이다. 이 중 선진입 후평가 방식은 체외진단기기에 먼저 도입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선진입 후평가 연구용역 연구책임자를 맡은 송상훈 교수는 “독일에서 외래/입원 진료형태에 따라 규제 적용을 다르게 한다든가, 미국에서 환자가 레지스트리 또는 임상시험에 등록한 유망 기술을 급여해주는 등의 정책은 있었지만 선진입 후평가 체제는 찾을 수 없었다”며 “선진입 후평가 체제가 시행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와 심평원의 급여 절차를 별도 거쳐야 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 교수가 진행 중인 연구용역에 따르면 선진입이 허용되는 체외진단기기를 결정짓는 여부는 진단 방법보다는 물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허가 물질을 사용하는 체외진단기기 중 새로운 대상이나 목적에 쓰이는 장비는 예비급여를,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는 장비는 비급여 혹은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예비급여를 적용할 수 있다.
이외에 ▲2년 후 재평가 ▲본인부담률이 높을수록 더 긴 유예기간 적용 ▲심각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정도로 효율성을 결여할 때 시장 퇴출 등의 방안이 논의 중이다.
시장진입 후 이뤄지는 신의료기술평가에서는 기존에 하던 문헌중심 평가에 더해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생성된 문헌을 추가로 평가할 계획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채민 본부장은 대상은 “기존 기술범주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체외진단장비가 선진입 후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후평가 때는 문헌중심 평가에 더해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생성된 문헌을 추가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진입 한 장비는 근거창출 수행에 대한 과정 관리 및 시행 의료기관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진입 후 유예기간 내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해야 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권평가를 실시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혁신을 기대하고 있던 업계는 큰 실망을 나타냈다.
국내 체외진단기기 업체 아이센스 이재선 팀장은 “의료기기 규제 과정을 개선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은 감사하지만 허가 심사를 받는 기간 동안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지 못해 성능 평가 및 개선이 어렵다”며 “안전장치를 주되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국애보트 박영숙 전무도 “대통령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발표 이후 기대가 컸으나 오늘 얘기를 들으니 사실상 또 다른 신의료기술평가를 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며 “관계자들 사이의 끝없는 토론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못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장비 후평가 및 재평가 방안을 논의하는 데도 산업계는 빠져 있었다”며 “업계에도 참여 권리를 부여해 함께 좋은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