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난청 환자가 자기 귀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난청 증상이 심해지거나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보청기를 택하기 전 자신의 난청 상태나 유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난청 범위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난청자마다 적용되는 보청기 역시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경중에 따라 보청기 효과와 형태가 다르다는 것은 보청기 사용자도 잘 모르는 사실이다.
때문에 보청기 효율성은 청능사 자질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아직까지 전문인력이 체계적으로 양성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11일 보청기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문인력 확보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청각학 전공자들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난청을 극복하는 방법인 보청기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청능사 등 우수한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난청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고혈압, 관절염과 함께 노인성 3대 질병 중 하나다.
실제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보장구별 급여건수 및 금액’ 자료에 따르면 보청기 지원건수는 2013년 1만5000건에서 2017년 5만5000건으로 3.5배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난청을 방치할 경우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청기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해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이 현실적 문제로 꼽힌다.
다행히 최근 보청기 수요 증가 추세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언어청각보청과 등이 미래 유망학과로 꼽히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언어청각보청과는 청각에 대한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장애를 치료하는 전문언어치료사를 양성한다.
임상청각, 병리청각 등의 언어재활 및 청각재활을 위한 전문언어청각사와 청각학을 기반으로 보청기, 인공와우에 대한 청능평가, A/S 및 제작 등 현장 전문실무 기술 인력도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보청기업체 관계자는 “청각학 학사, 석사, 박사 등 전문 상담인력을 확보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소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고객들이 올바른 보청기를 선택하고, 청각 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인력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우, 보청기에 대한 사용자의 효능감 향상을 위해 청능사 등 자격 제도를 국가 공인화하는 등 제도권 내로 진입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요원한 얘기다. 일각에서는 노인인구 청능 재활을 수행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청능사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자격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고령사회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청능사 자격 신설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전문영역’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갈수록 청각손실 원인과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지식 없이 청능사가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청능사 업무범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 쟁점이기 때문에 의료영역과 상충되는 부분, 대법원 판례 등 법률적 해석과 국가자격 신설 필요성 등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보청기 업체 관계자도 전문인력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면허 제도로의 편입 등 민감한 사안으로 청능사 자격 제도 신설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