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의료기기 분야에서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 이전에는 활용되지 않았던 기술들의 특허가 늘어나고 있지만 업계서는 여전히 사업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 증대에 따라 인허가 규제개혁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새로운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조율할 지점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일 특허청은 "최근 6년간 AR 및 VR이 접목된 의료기술 관련 특허 출원 연평균 증가율이 49.4%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환자 재활치료에 관련 출원(81건)을 비롯해 수술이나 건강관리,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이들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출원 기관 중 아산사회복지재단(7건)과 고려대학교(6건) 등은 다(多)출원에 포함됐다.
인공지능(AI) 의료기술 관련 출원도 2016년 127건, 지난해 92건이 출원되는 등 최근 5년간 급격히 늘었다.
특허청은 이를 정부의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 육성 방침에 따른 적극적 투자 및 최신기술 플랫폼의 발전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특허가 실제 사업화로 진전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A특허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의료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 특허 기술은 등록 대비 10% 내외”라며 “기술이전이 되더라도 제품화 단계까지 가는 특허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B의료기기업체 관계자도 “특허를 낸다는 것은 기존 기술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인데 의료시장에서 현재 신기술 활용에 대한 메리트가 별로 없다”며 “보상책이 없는 이상 혁신기술 제품이 얼마나 활발하게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인허가를 통과한 혁신적 제품들이 이제는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의료계 내 AI 열풍 이후 뷰노와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등 국내 AI의료 스타트업들의 의료기기 인허가 작업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수가 신설 등은 보건당국과 학계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별도 평가트랙을 고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밝혔다. 잠재가치가 높은 혁신의료기술들의 조기 시장 진입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복지부 측은 “그간 도입이 지체됐던 혁신의료기술의 활용 촉진을 통한 환자 만족도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별도평가트랙으로 시장에 진입한 혁신기술은 의료현장에서 활용된 결과를 바탕으로 3~5년 후 재평가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