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 증가하지만 정작 대형병원은 ‘외면’
서울대병원 외산 비율 91%, 업계 “의사 역할에 관련 법안 제정 절실”
2018.12.24 05:1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병원에서 의사는 의료기기 개발과 불가분의 역할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용자와 구매자 역할을 할 수 있고 의료기기 전 주기 프로세스에 있어 임상현장에서 최신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전성 논란에 발목이 잡힌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 법안’이 내년을 기약하게 된 가운데 “안전한 의료기기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의료기기혁신센터장 오승준 교수(비뇨기과)는 최근 “공학자만큼 의료기기를 제작, 설계하진 못해도 그 과정에서 의견 제시를 통해 본인이 사용할, 또는 다른 의사들이 사용할 의료기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의료현장 특성상 의사는 쉴 틈 없이 진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혹자는 의료현장을 잘 보여주지도 않고, 만나기도 힘들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임상시험과 같이 직접적으로 회사와 연계가 됐을 때에만 정기적으로 미팅이 가능하다.


오 교수는 “임상시험은 의약품, 의료기기 모두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라며 “특히 의사는 논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 산업계 모두가 인정하는 방식으로 국제적인 논문을 출간할 수 있고 과학적 자료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가장 객관적으로 해당 의료기기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의료기기혁신센터는 최근 의료진의 의료기기 개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오 교수는 “다수의 의료진이 의료기기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보고 싶다고 답변 했다”며 “그만큼 마음가짐은 국산 의료기기를 배척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기관별 국산 및 외산 비율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당시 절대적인 외산의 구매 수치는  91.8%에 이르렀다.


오 교수는 “그나마 병의원 급에서는 국산을 쓰고 있지만 이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쓰는 것일 뿐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90% 이상 외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엄청난 국부의 유출이 아닐 수 없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기기 국산화에 대한 항목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인증평가 점수로 반영한다면 더 많은 병원들이 국산 의료기기 구매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안이다.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 법안'에서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료기기 산업 육성이 기존에는 여러 부처에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지원하는 대상이 다르다 보니 때로는 중복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의견이 달랐다”며 “법안이 제정된다면 컨트롤타워를 복지부가 담당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혁신의료기기의 안전성 우려에 대해서는 기기 설계 전과 시제품 제작 과정 중 의료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오 교수는 “사용자 오류를 검증하는 단계인 'Usability test'를 법적 강제조항으로 두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며 “더욱 더 안전한 의료기기 제품으로 시장에 출시되도록 힘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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