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정부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40%, 특히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은 8% 수준 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산 의료기기와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율은 전체적으로 60%인데 병원 54%, 종합병원 20%, 상급종합병원 8.2% 등 규모가 큰 대형병원으로 갈수록 국산 의료기기 점유율이 매우 낮은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기업들은 긴 호흡의 기술개발 및 임상지원, 마케팅 등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며 "의료기기 산업을 첨단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애로사항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체감하는 부분이다.
국내 진단장비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예컨대, 제품 하나를 두고 한 가지 치료만을 위한 것이라면 사실 개인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치료 병증마다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수 년 전부터 병원과 기업 간 R&D 협력이 확대되면서 의사들의 의료기기 개발 사례가 늘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 하지만 수익 창출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 제품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마땅한 투자처와 기업가를 만나지 못해 제품 사업화까지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의사들의 의료기기 개발 사례를 보면 ▲온열치료기 ▲치과용 파노라마 영상 ▲구강 내 촬영시스템 ▲휴대용 X-ray 발생기 ▲성인 신장 예측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문제는 사업화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추진 자금을 비롯해 인력, 시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기기의 유효성 평가에 장시간을 할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한 교수는 “의료기기 개발에만 열중하기에도 사실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적당한 투자자, 기업가가 나타나 사업화를 도와주거나 전문성 있는 기관이 전시회 홍보, 마케팅, 판매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국내 의료기기산업도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미 FTA 발효 전후 美보건산업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전 산업 수출은 발효 전인 2011년 562억800만 달러에서 발효 6년차인 2017년 686억1000만 달러로 22.1% 증가했다.
하지만 보건산업별 무역수지를 보면 의료기기의 경우 7억7600만달러 적자에서 11억2900만달러 적자로 그 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의원은 “올해는 한-미 FTA 발효 7년차다. 지난해까지 보건산업 대미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의료기기의 경우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졌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