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살인자 취급 더 이상은 못참겠다!”
의사들이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3명이 구속된 후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 관련 의료계 대표자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근조 리본을 단 400여 명의 의사들이 행사에 참석, 의료진을 구속한 데 대한 사법부 판결에 강한 울분을 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의료는 죽었다', '대한민국 중환자실은 죽었다'라는 표어가 적힌 팻말을 들고 현장에는 조화를 두는 등 애도를 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규탄대회에서 의사들은 “의료인들은 목동병원 의료진들에 대해 구속을 철회해야 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료인에게만 책임을 지우지 말고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성명서를 발표해 “의료사고로 인해 의료진 3명을 구속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악의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고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마녀사냥식 구속영장 신청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를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의료인들과 함께 의료계 내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당선인은 “이번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도 부족한 인력과 감염관리 시스템에 대한 부족한 투자가 빚어낸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당선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관계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 전문가들이 포함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사법처리가 목적이 아닌 실질적 문제점들을 조사한 후 의사들 의견을 반영해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 구성 외에 의료인들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도 요구했다.
최 당선인은 “의료인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라며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의료행위에 대한 폐쇄적이고 복잡한 심사기준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환자실 등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OECD 평균의 의료행위 수가를 책정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최대집 당선인 외에도 서울시특별시, 부산광역시 등을 비롯해 16개 시도의사회 회장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참석해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