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입원치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결, 의료계 내부적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은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에 따른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DRG)’에 포함돼 있는데,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근거로 ‘입원치료’가 보장돼 있다고 해석 중인 탓이다. 쉽게 말해 입원치료를 둘러싼 대법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주무부처 유권해석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실손보험사와 가입자 간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이후 안과 등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입’을 바라보는 모양새가 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한 원심의 요지는 “포괄수가제가 입원을 ‘전제’로 한 제도인데, 백내장 수술은 6시간 이상 관찰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보험 약관상 입원 개념이 보건복지부 고시가 바뀌었다고 해서 다르게 해석·적용될 수 없다”고 했다.
요컨대 백내장 수술 시 반드시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은 다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진료에 대해 질병마다 미리 정해진 금액을 내는 제도로, 입원비가 하나로 묶인 것이다. 현재 백내장수술, 맹장수술, 항문수술, 편도수술, 탈장수술, 자궁수술, 제왕절개분만 등에 적용 중이다.
여기서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입원비가 하나로 묶인 것’ 등의 표현이 입원치료 적용을 규정한 것이란 게 의료계측 주장이다.
황홍석 대한안과의사회장은 “대법원은 입원치료가 안 된다고 판정한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 상 입원을 해야 하는 사안인데, 보험 약관에서는 입원이 아닌 경우”라며 금융감독원이나 보건복지부의 ‘교통정리’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도 유권해석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보장 범위가 달라져 입원 여부가 아니더라도 해석의 여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 상품 설계 시 예상치 못 한 부분에서 보험금 지급 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백내장 수술이 아니더라도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실손보험사 가이드라인은 물론 의료기관에도 권고 등 형식으로 개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관 고시에 나와 있는 포괄수가에 정의와 대법원 판결 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볼 필요가 있다”며 “포괄수가제 관련해서는 입원 여부 등 해석의 여지가 발생하는데, 주무부처 담당부서에서 유권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은 맞다”고 밝혔다.
이어 “(백내장 수술이) 포괄수가제 안에 있지만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며 “공사보험협의체를 통해 실손보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 의료기관에 대한 권고 등이 나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법적 분쟁 여지가 많기 때문에 개선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