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을 놓고 환자와 보험회사 간 법정다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보험회사들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소액 통원보험금만 지급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오연정)은 최근 A보험회사가 가입자 25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방환소송에서 21명에 대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보험회사의 실손보험을 가입한 이들 환자는 백내장 및 수정체 수술, 수정체 유화술,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고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보험사는 ‘실손의료비 질병입원’ 항목으로 각 가입자들에게 700~800만원의 보험금을 이미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에 해당할 뿐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술에 수반되는 절차에 불법행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이러한 보험회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환자들이 승소했고, 보험사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청구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약관에 입원실 최소 체류시간이나 체류시간 동안 어떠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등 입원 여부 판단 기준이 명시돼지 않았음에 주목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실제 입원 필요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가입자들이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가입자 25명의 공동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는 “의료기관 내 체류시간이나 진료 또는 수술시간이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의료기관 시설 등 구체적인 여러 요소를 고려해 입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사법부가 재차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갈등의 주요 쟁점은 입원치료 여부다. 실손보험의 경우 통원치료비는 20~30만원인 반면 입원치료비는 5000만원까지 지급돼 입원 여부에 따라 보험금이 천지차다.
보험사가 지난 2022년 심리불속행 판결을 근거로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라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치료가 인정된 판결이 쏟아져 나오면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소액 통원보험금만 지급하는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실제 앞선 지난 달에도 부산지방법원이 보험회사가 실손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검사 소견상 ‘백내장’으로 보기 어렵고,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 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만큼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게 보험사 측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가입자는 안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진행했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안경, 콘택트렌즈’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보험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단순히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로 보기 어렵다”며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백내장 치료 과정에 시력교정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초점 인공수정체도 초점을 맞춘 수정체를 삽입하면 시력교정 효과가 있다”며 “다초점 인공수정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특히 보험회사가 백내장 수술 적정성 판단을 이유로 요구한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에 대해서도 보관이나 제출 의무가 없다고 일침했다.
재판부는 “병원에 검사 내용 및 검사 소견의 보관 외에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 등을 보관하도록 정하는 관계법령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미지급 사태는 보험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를 통해 공동소송에 참여한 환자가 2000명에 육박한다.
이 외에도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수 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경인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는 “백내장 보험금 분쟁에 대해 입원치료를 인정한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보험사의 법규 및 약관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민생사안으로 다뤄주길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