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난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롯데지주 자회사 롯데헬스케어 철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안팎으로 무성했던 소문이 구체적인 그림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한 달여간 비상경영체제를 거치며 롯데헬스케어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사업 철수가 확실시 되는 모습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그룹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당시 롯데는 초기 출자금만 700억원을 투입했고 이듬해엔 롯데지주 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헬스케어는 롯데가 꼽은 4가지 신성장 테마(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중 하나로 그룹에서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롯데헬스케어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기치로 출범한 후 실제 플랫폼까지 출시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유전자 검사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가 직접 검사 기관에 의뢰해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 서비스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액 8억원, 영업손실 229억원을 냈다.
특히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스타트업 알고케어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까지 겹치면서 수개월간 잡음에 시달렸다.
롯데헬스케어 철수는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올 초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 '2024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해도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며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롯데그룹 전반에 깔린 위기 의식이 롯데헬스케어 존속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 사업 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6월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1년 만에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228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업 전망 자체는 밝은 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해 인천 송도에 36만L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에도 생산시설을 확보해 한국과 미국 제약사를 모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상 중이다. 미국 대중국 바이오 규제인 ‘생물보안법’이 미국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