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 없이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필수의약품은 '공공관리의약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민간이 포기한 영역 또는 민간주도적이나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치료법과 의약품의 개발을 손꼽아 기다리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고충은 이루말할 수 없다. 또한 지카, 메르스 등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의약품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더 큰 참사를 불러온다.
이처럼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질병 치료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의약품은 적절한 때에,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민간 주도 의료시장에선 채산성이 맞지 않아 공급과 수입을 중단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목원대학교 의생명보건학부 권혜영 교수는 3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필수의약품 공급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통해 이 같이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필수의약품은 국민 보건의료상 우선적 필요를 만족시키는것으로 질병 분포와 약효 및 안전성에 관한 근거, 상대적 비용 효과성에 따라 선택된다.
먼저 권 교수는 선진국에서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에 대해 "필수의약품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지만 노령화 등 수요증가에 따른 약품비가 증가하면서 의약품 선택에 있어 보다 엄격하고 합리적인 사용이 강조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권 교수는 "다만 유병 현황과 의약품 소비현황을 보면 저소득 국가의 경우 감염성 질환, AIDS 등으로 공중보건의 위기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성에 있어 절대적으로 제약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제약기술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보니 의약품에 대한 니즈(Needs)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수입 의존성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제약시장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수입은 신규 화학물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생산은 복제약 중심이다. 신규 화학물질이 일부 생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 또한 전문의약품 및 제네릭 중심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건강보험 의존도 역시 특징"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수입 의존적인 신약으로 인해 이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권 교수는 "예컨대 글리백, 푸제온, 프레지스타, 노보세븐 등 초희귀의약품의 공급 거부 사태 등은 사회적으로도 논란을 야기시켰다"며 "결국 채산성이 낮은 국내 생산의약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선별등재방식 도입으로 비급여 사용 및 그 비중이 증가하면서 환자 접근성의 경제적 장벽이 대두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공공제약' 개념 도입을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의약품 생산과 공급에서 공적 역할이 요구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며 "민간주도적 공급 하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급의 불안정을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낮은 채산성으로 인해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이 상당 수지만 그럴수록 정부가 필수성이 큰 의약품의 공급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권 교수는 "구체적으로 생산 및 수입-유통-소비-R&D단계에 걸친 정부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사전예측(Drug shortage program), 정보관리, 생산공급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만약 공급 중단 시에는 민간위탁, 기존 공공제약시설 이용, 직접수입, 직접생산 등 새로운 공급원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촉구다.
의약품 종류에 따른 공급방안도 제시했다.
초희귀의약품 공급거부 시에는 병행수입을, 백신 및 공중보건위기 대응의약품은 위탁/직접생산을, 채산성이 낮은 저가필수의약품은 국제협력 등을 통해 공급하자는 것이다.
권 교수는 "민간 기술을 적극활용하고 공공의 기술 축적을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근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보험약가 규제완화, 인센티브 구조를 통한 수익 보장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