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약사나 한약사가 아닌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약사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단이 나왔다.
약사나 한약사가 약국 개설등록을 하고 조제업무를 했더라도, 비약사가 개설비용을 부담했다면 이는 영리추구성 약국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4일 헌법재판소는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연인’의 약국 개설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 처벌하는, 약사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약사 A씨는 앞서 약사나 한약사가 아닌 B씨에게 고용돼 급여를 받기로 하고 약국 개설등록을 했다.
A씨는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담당했고, B씨는 약사를 포함한 약국 직원 채용·관리, 급여지급, 자금관리 등을 도맡았다.
이후 A씨 등은 비약사·비한약사의 약국 개설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로 징역 각각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B씨가 약국 개설비용을 부담했지만 실제 의약품 조제·판매는 자신이 전담했다고 말했다. 동업 과정에서 역할을 나눈 것으로, 형사 처벌은 과도하다고 것이다. 이 같은 엄중한 처벌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A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의 입법취지는 의약품 오남용과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비약사가 약국의 운영을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법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처벌대상인 ‘개설행위’ 기준에 대해선 “약국 시설 및 인력 충원·관리, 개설신고, 약사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원이 개설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을 따져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직업 자유 침해와 관련해선 "비약사의 약국 개설은 엄격한 법 집행과 자율적인 정화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근절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행정질서벌 등 보다 완화된 제재수단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택했다고 하여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중개설이 금지된 병원과 달리 약사가 다른 약사 명의의 약국을 운영하는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더라도 약사가 의약품 조제 및 판매를 했다면 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