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정부가 2020학년도부터 약학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약사단체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궤도 수정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능후 장관[사진]은 6일 2019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다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의 약대 입학 정원 확대 재검토 촉구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2020학년도 약학대학 정원을 현재보다 60명 늘려 달라는 내용의 요청안을 지난 9월 교육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약대 정원은 1693명이다.
이날 김승희 의원은 “약대 정원 확대와 관련, 의료자원정책과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증원 요청 사유가 대체 무엇이냐. 정확한 추계가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연구한 2017년 중장기 인력 추계와 정책보고서, 서울대학교 통계학과에서 진
행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했다고 하지만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책 협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관련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최근 대한약사회에 이어 한국약학교육협의회 등에서 난색을 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약사회는 중장기적으로 약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닌 만큼 복지부의 약대 정원 60명 증원 요청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반대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김 의원은 “약대 신설 방침 등을 둘러싸고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증원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적정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과 관련된 제도에서 엇박자가
나면 사회, 경제적 비용이 굉장히 손실된다”고 경고했다.
김승희 의원의 거듭된 재검토 및 철회 촉구에 박 장관은 “무효화시킬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협의가 가능한 여러 유관기관과 단체들이 있고 제약계에서도 많은 요청이 오고 있다. 하지만 입학 정원 확대를 철회하겠다고는 약속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협의는 하겠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수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현재 제약 부문에서는 연구 약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 등 약대 정원 확대 방침도 이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병원 내 의약품 처방과 감염 관리, 환자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병원 약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그는 “지금 의료계나 약계, 간호계도 마찬가지다. 관련 학회나 의료기관 등 일선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물론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할 여지는 있지만 약대 입학 정원 확대는 결코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