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중국 정부가 최근 엑스레이 검사장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등 의료장비를 조달할 때 자국산 부품을 25~100%로 사용한 제품만 구매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과거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대한 맞불 작전인 ‘바이 차이니스(Buy Chinese)’인 셈이다.
특히 자국산 부품 사용 비율을 높여 사실상 무역장벽을 세우겠다는 전략으로 향후 우리나라 의료장비 수출 전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 2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5월 14일 ‘수입품 정부 조달 감사 지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중국 국영기업과 병원, 공공기관 등에 하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의료장비, 지상 레이더 장비, 실험 기계 등 315개 품목을 조달할 때 자국산 부품 구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특히 미국 핵심 수출품은 엑스레이와 MRI 등 의료장비가 대거 포함됐다.
로이터는 보도에서 “중국 정부가 비공개로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한 약속을 어긴 것이고 나아가 지난해 1월 체결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중국판 바이 차이니스는 앞서 바이 아메리칸을 내세우던 미국과 달리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은밀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이 병원을 비롯해 여러 기관을 거느리고 있기에 지침에 영향을 받는 범위가 더 광범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 시장에 첨단 의료기기 시장을 유통하고 있는 미국 존슨앤드존스(JGJ),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의 의료장비 수출 규모는 2018년 기준 475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중 45억 달러(한화 5조 1570억 원)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미국 중국 의료장비 수출 규모는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일어나며 감소하다, 지난해 1월 1단계 무역합의로 무역전쟁이 휴전에 접어들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지침에 또 다시 상황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2년 시한으로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내년 1월 종료된다. 이 시점으로 2차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국내 의료장비 수출 전선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1차 미·중 무역 전쟁으로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9.8% 감소하면서 영국,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의료장비 시장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이 꾸준히 자국산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대응 전략을 세우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