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이 신음하고 있다. 대학병원과 생존을 위한 환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규모와 인지도에서 압도적 우위인 대학병원과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다를 바 없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신임회장의 취임 일성은 절규에 가까웠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와 정부의 방임 속에 중소병원들이 처한 현실을 개탄했다.
특히 최근 가속화 되고 있는 대학병원들 분원 설립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규 회장은 “대학병원들 분원 설립 열풍은 중소병원들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약육강식의 처절함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세력 확장은 의료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병상총량제를 통한 통제 기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대학병원들이 환자는 물론 의료인력까지 빨아들이면서 중소병원은 아사(餓死)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은 9.1%에 달했다. 10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최근 5년 간 평균 폐업률(5~7%)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는 정부의 방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러한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기치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대부분이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치중한 탓에 상대적으로 중소병원은 도외시 됐다는 불만이다.
이성규 회장은 “그동안 정부는 중소병원이 없어도 되는 존재인냥 홀대했다”며 “이는 중소병원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최대 피해자는 중소병원임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힘의 논리에 의해 정책을 전개하는 사이 중소병원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중소병원들이 똘똘 뭉쳐 강력한 협회 되도록 최선"
다만 더 이상 앓는 소리만 하고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협회를 중심으로 중소병원이 처한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낼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도입하겠다는 각오다.
이성규 회장은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적하지만 현재로써는 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모래알처럼 흩어진 중소병원들이 똘똘 뭉쳐 강력한 협회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피력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병원 살리기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를 수립하고 정부에 정책 아이디어를 적극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중소병원이 의료정책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협상이든 투쟁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소병원이 처한 현실을 타개해 나가겠다”라고 피력했다.
이성규 회장은 새정부에도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중소병원 역할과 중요성이 입증된 만큼 보다 더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인력 확충 △지역별 병상총량제 가동 △소신에 충실할 수 있는 진료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