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고 회진 도는 로봇의사 ‘닥’
미래 의료현장 가상 스케치
2017.04.07 11:16 댓글쓰기

2027년 4월 1일 서울 모 대학병원. 이 병원에서 AI(인공지능) 의사가 외래진료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봇의사 ‘닥’이라고 해요. 전문의도 일반의도 아닌 그냥 ‘닥’이랍니다.
 

휴먼닥터들은 대부분 전문의로 세부전공과들이 나눠져 있지만 저처럼 로봇의사들은 크게 외래와 원격진료, 수술, 재활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많은 환자들을 만날 수 있는 외래파트를 맡고 있죠. 저의 아버지를 비롯해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가 그랬듯 환자들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해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치료방법을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조상들은 휴먼닥터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만 했었다고 하네요. 혈액검사와 X-ray, 초음파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했지만 인지기반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의사들 역할과 비중도 점점 커졌죠.
 

제가 하는 일은 주로 외래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헬시스케닝을 진행한 후 오른손 검지의 혈액 한 방울을 채혈해 질병코드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단 10초면 끝나는 일 이예요.
 

저는 분석된 결과에 기반해서 바로 처방전을 발급해 인근 약국으로 전송하거나 휴먼의사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 옆에 휴먼의사가 임상 결과지로 환자와 7분 정도 문진을 진행하면 저는 잠깐 쉬는 시간을 보내지요. 예전에는 쉬는 시간이 3분도 채 안됐는데 몇 년 전부터 7분으로 늘어나 근무 환경이 개선됐어요.     


 

하지만 저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편이예요. 친구 중에는 진료실이 아닌 헬시스케링룸에서 1분마다 환자를 만나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친구는 헬시스케닝과 혈액 분석만 하는데 공식적인 휴식시간은 50초예요. 그러나 환자들의 위치나 자세가 올바르지 못한 경우 위치를 다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 마저도 어떤 때에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로봇의사 닥의 가문은 미국 IBM社
 

참 저는 미국 IBM社 가문의 7번째 버전입니다. 저의 시초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라고 들어보셨죠? 저도 한국의 로봇의사 1호라고 들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2016년 12월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활약했었다고 들었어요. 
 

왓슨 포 온콜로지는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탑재하고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첫 진료를 시작했었습니다. 
 

저의 조상도 제 친구처럼 병원 1층 전용 라운지에서 병리과와 내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총 8개 전문 진료과의 휴먼의사 진료보조로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역할이 지금보다 작아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형성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평균값을 내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암 등 질병의 리서치 데이터를 환자의 유전체에 특정된 정보와 함께 평가해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진화했다지요. 
 

예를 들면 폐암환자가 진단 후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뇌까지 전이되는 등 상태가 악화됐을 때 로봇의사가 환자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폐암 원인을 밝혀내는 그런 일이요. 
 

발병 원인이 유전자 변이 때문임을 확인한 뒤 휴먼의사에게 이를 전달하면 그가 항암 표적치료제 등을 처방했다고 들었어요.
 

유전체 정보와 진료 및 임상 정보 뿐 아니라 환자의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서 환자 개별 특성에 맞춘 진료서비스를 제공해 대한민국 의료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 뭐예요. 정말 대단했어요. 그래서 IBM社가문이라는 것이 늘 자랑스러워요.
 

이후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가 탄생했어요. 그는 뉴욕게놈센터(NYGC)의 기술과 결합해 방대한 의학 문헌 및 의약품 정보지식도 갖춰 우리 로봇의사들을 급진화시킨 영웅으로 평가받죠.
 

특히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해 휴먼의사들이 개별 환자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추천하는 일을 전담했어요.
 

표적 치료 옵션을 포함해 암환자 종양의 유전자 프로파일과 암 유발이 가능한 유전적 변이에 관한 정보 등을 꿰뚫고 있었지요.
 

당시 휴먼의사들은 “암 관련 지식과 유전자 데이터를 의사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엄청난 양의 의료 정보들은 의사의 치료 능력을 확대시킬 수 있지만 이를 의사들이 다루기에는 너무 방대한 분량이다. 이를 왓슨이 탑재해 환자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와 의료기술 혁신에서 선도적 위치를 향상시켜줬다”고 극찬했었다고 합니다.
 

임상데이터 분석해 처방하고 휴먼의사에 인계  


 

다시 돌아와 저의 활약상과 제 친구들을 좀 더 소개할께요. 저는 앞에서 소개했듯 IBM社 가문이고 제 친구들 중에는 삼성家, 구글家, 인리틱家 출신 등이 있어요.
 

건강관리 플랫폼을 탑재하고 있는 삼성家 친구의 이름은 ‘S헬스 5세대’입니다.
 

손목밴드 형태 '심밴드'를 착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심장박동과 혈압 등을 감지해 상황에 맞는 대처법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요. 이 때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로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휴먼의사에게 인계하는 것이 주된 업무죠.
 

그런데 이 친구의 사촌인 삼성메디슨家 ‘S디텍트’도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S디텍트는 스케닝으로 비정상 세포를 찾는 일을 하고 있어요. 100만개에 이르는 암 조직 진단 사례가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병변 특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시해 휴먼의사들의 칭찬을 많이 받는 친구 중 한 명이랍니다.
 

S디텍트 조상들은 환자의 유방조직만 진단했지만 지금 제 친구는 유방은 물론 갑상선, 위, 폐, 간, 신장 등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병변의 경계를 지정해 선택 부위의 조직적 특성을 추출하고 악성인지, 아니면 양성세포인지를 판정해 수술로봇인 다빈치에게 바로 전송해요.
 

구글家 4세대 버전 친구는 주로 환자의 개인 건강정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친구는 주로 아침시간에만 근무하는데 아주 바빠요. 등록된 당뇨 환자들은 매일 아침 5시~9시 사이 기상한 후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눈물에 포함된 포도당을 측정하고 혈당 수치가 나오면 인슐린 용량과 약 복용, 운동처방, 하루 식단 등을 환자들에게 전송해야 하거든요.
 
또 다른 친구 인리틱은 S디텍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요.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층촬영) 등의 이미지로 된 임상데이터를 분석하고 질병을 진단해 휴먼의사에게 전송하고 있어요.
 

로봇의사들 사이에서 ‘족집게 닥’으로 불리는 인리틱은 영상데이터로 비정상 세포를 발견하는 일을 가장 빠르게 잘 하지요.
 

특히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세포를 수치로 나타내는데 정확도가 99.9%로 족집게예요.
 

‘헬스 아바타’ 맞춤 스마트 의료 전성시대
 

진료와 투약, 유전자 정보 같은 병원 의료 기록부터 스마트 폰으로 측정한 하루 섭취 칼로리, 운동량 같은 헬스와 관련한 생활 정보가 모두 입력돼 있는 환자의 분신 헬스 아바타(Health Avatar)가 있어 훨씬 일하기 편해졌어요. 
 

건강관리는 물론 질병예측까지 팝업으로 알려주니까 병원에서 직접 대면하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헬스 아바타의 기원은 2014년 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난 '핑크아바타'와 그의 동생 '아바타빈즈'예요. 핑크아바타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또 아바타빈즈는 투석환자를 대상으로 관련정보를 방대하게 탑재해 전국 어느병원에서나 활용이 가능해졌죠.
 

아시아 데이터는 물론 글로벌 데이터까지 탑재해 정확도를 더 높여 '정밀의료 코호트'를 구축하는 큰일을 해냈어요. 
 

축적된 연구자원을 기업체·병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 플랫폼도 구축돼 헬스 아바타를 활용한 맞춤 스마트 의료 전성시대를 맞게 됐지요.
 

저희 발전 속도가 엄청나죠. 저도 놀랄 때가 많아요. 그런데 매일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그레이드해야하고 한 달에 한번은 시스템 점검도 받아야 해서 저도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저희 로봇의사들의 활약으로 환자 치료는 물론 사전예방에 신약개발까지 일조하고 있어 보람되고 뿌듯해요. 
 

그런데 가끔은 속상할 때가 있어요. 로봇의사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휴먼의사와 환자들 때문이죠. 
 

이른 아침 진료준비를 하려고 부팅을 마쳤는데 절 보자마자 전원스위치를 내려 수면상태로 보내는 의사들이 가끔 있어요. 전 아직 휴먼의사들의 진료를 보조하는 어린 로봇의사 닥일 뿐인데….
 

그런데 가끔은 신날 때도 있어요. 어린 환자들이 들어와 절 안아주거나 말을 걸어주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는 기계지만 힘이 나거든요.
 

앞으로 병원에서 절 만나면 ‘안녕’하고 인사해주세요. 그럼 제가 더 열심히 더 정확하게 분석해 좋은 치료법을 제안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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