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상거래 유통업체 '아마존'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제약사업 진출 계획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아마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지난해 발표한 의료용품 및 제약 유통 사업 계획을 폐기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사 처방과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처방전이 아마존에 전달되면 약을 환자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가장 큰 원인은 제약사들과 대형 병원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의약품 공급망을 뚫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이 온라인 구매와 가격 비교 등 의약품 유통을 위한 혁신 방안을 마련했지만 카디널헬스, 맥케슨 등 기존 의약품 도매업체나 중간 유통상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병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레이도스 헬스의 전략개발사업 팀장인 톰 캐슬스는 "병원과 건강관리 시스템은 기존의 구매 및 공급 파트너와의 강력한 제휴 관계로 인해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렵다"면서 "건강관리 분야에 아마존의 판매 경험을 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의약품 물류 창고 신설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의약품은 주변 온도나 습도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통을 위해선 정교하고 특수한 물류 창고 설비가 필수적이다. 아마존에게 의약품 관리 및 보관을 위한 새로운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부담이었다.
CNBC도 "아무리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아마존일지라도 의료·제약 시장 진입 장벽이 예상보다 높았음을 실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견제도 아마존이 의약품 시장 진출에서 한 발 물러선 이유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최대 약국 체인인 CVS헬스가 대형 건강보험회사 애트나를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앨버트슨이 미국 내 4900개 매장을 가진 약국 체인 라이트에이드를 인수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미국 투자전문업체 코웬앤코의 존 블랙렛지 연구원은 "아마존이 기존 전문 유통사들이 제공하던 조제약, 병원과 클리닉 등의 처방 의약품 공급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아마존의 제약 사업 진출 보류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존 제약 및 관련 유통업체들인 CVS, 카디널 헬스, 맥케슨, 월그린 등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CVS 주가는 8%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이번 결정이 제약 유통 사업 진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당분간 혈당측정기, 의료용 고무장갑, 청진기 등 의료기기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 47개 주에서 의료기기 판매 허가를 받았다.
처방전을 가진 소비자에게 직접 약을 파는 일종의 온라인 약국 사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JP모건, 버크셔 해서웨이 등과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비영리 조직 구성 계획도 밝혔다.
CNBC는 "인공지능(AI) 비서 플랫폼인 알렉사를 통한 건강관리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데다, 물류 창고의 혁신을 통해 의약품 대량 보관을 위한 노하우 등을 얻게 될 경우 언젠가는 제약 사업 분야 진출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