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연간 3조원 이상 규모의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허술한 관리 탓에 줄줄 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의료기관은 사망한 사람을 진료했다며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해외에 체류 중인 사람도 진료한 것으로 꾸며 진료비를 받는 등 모럴헤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관리 전문성 제고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심사업무를 위탁했지만 구조적으로 심평원도 적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자동차보험 및 손해배상제도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제도 운영이 부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사전점검 단계에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사망일 이후 또는 출국기간 중 진료비 부당청구를 점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평원이 할 수 있는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자격검증은 보험회사의 치료비 지급보증 여부가 전부였다.
감사원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교통사고 진료 환자의 부당청구 의심 진료내역을 점검한 결과 68명이 사망신고일 이후 진료내역이 존재했다.
출국으로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기간 중 치료받은 경우도 3366명에 달했다. 이들 환자의 진료비로 8억4700만원이 의료기관에 지급됐다.
A한의원의 경우 총 22명에 대해 출국기간 중 진료비 200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이를 그대로 지급했다.
B한의원 역시 자동차보험 환자 15명에 대해 해외에 체류기간 중 진료한 것으로 꾸며 124만원의 진료비를 받았다.
감사원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해 출입국 관리, 주민등록 등의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복청구 등 잘못 지급된 진료비를 회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물론 자동차손배법에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은 진료비 심사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에 분쟁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30일이 지난 경우 의료기관이 지급 청구한 내용 또는 심사결과에 합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역시 잘못 지급된 진료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분쟁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경우 진료비 지급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감사원은 요양급여비 지급 후에도 의료기관의 잘못인 확인될 경우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예시로 들며 자동차보험 역시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2019년 기준으로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3조1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2조2540억원에서 37.8%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한방의료비는 같은 기간 3603억원에서 6883억원으로 92.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허위‧과장진료 및 진료비 분쟁 예방 등을 위해 2013년 1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읜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및 조정 업무를 위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