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왕진 시범사업 한의원 1348곳 선정···1회 9만3천원
복지부, 이달 30일부터 3년동안 진행···환자 본인부담 30%
2021.08.25 05:5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한의사 왕진 시범사업에 전국 한의원 1348곳이 참여한다. 지지부진한 동네의원 왕진 사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참여기관 1348곳을 선정하고 해당 명단을 공고했다.
 
해당 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방문진료를 요청하면 지역 내 한의원에서 근무하는 한의사가 환자의 집을 방문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제도다. 
 
2019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한의 분야로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했다. 대상 기관은 ‘방문진료가 가능한 한의사 1인 이상 한의원’이다. 
 
선정된 한의사는 시범기간 동안 진찰과 한약제제 처방, 침·구·부항 시술 등 한의치료, 각종 검사·의뢰, 교육 상담을 수행하게 된다. 3년의 시범사업 기간은 단축 또는 연장될 수 있다.  
 
시범사업 대상자는 질병·부상·출산 등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보행이 어렵거나 불가능해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다. 
 
방문진료를 요청하고 시범사업 참여에 동의한 환자와 보호자만 이용 가능하다. 
 
혹시 모를 진료사고 방지와 환자 안전을 위해 한의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은 경험이 1회 이상 있어야 한다. 다만 초진 환자도 한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방문진료가 가능하다.
 
2021년 한의 방문진료 수가는 9만3210원으로 책정됐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30%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연간 245억원의 건보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 방문진료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의료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케어 기반도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상황을 감안하면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9년 12월 27일부터 2020년 10월 31일까지 일차의료 왕진 수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청구자료를 제출한 기관은 112개소였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321개소 가운데 34.9%에 그쳤다. 이 기간동안 시범사업 참여 의원이 청구한 환자수는 총 1163명으로, 기관당 평균 11.2명에 불과했다. 
 
기관당 환자수를 보면 청구실적이 있는 기관 112개소 중에서 왕진 환자수가 10명 미만인 곳이 76개소로 67%에 달했다.
 
현장에서는 수가가 낮아 의료기관의 참여 동기가 크지 않은데다 방문진료를 통해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가 환자의 의료 욕구 공백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왕진 시범사업이 정작 의료기관들의 참여 저조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의료계는 한의사 왕진 시범사업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의과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의원 참여로 제도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한방 왕진 대상으로 수술 후 관리, 정신 질환, 인지 장애를 포함시킨다 하는데, 수술 과정을 모르는 한의사가 수술 후 관리를 어찌 책임지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의과 왕진 수가가 회당 10만원에 이르지만 정작 효과가 입증된 최신 항암제는 재정이 부족하다며 못쓰게 한다”며 “정부는 국민 건강보다 한의사 수익이 우선”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의계는 시범사업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2019년 추나요법 건보 적용, 2020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2021년 한의사 방문진료 시범사업 등이 차례로 추진되면서 한의 진료가 건강보험 제도권 안으로 정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침, 뜸, 부항 등을 주로 사용하는 한방 치료의 특성상 양방보다 방문진료에 더 적합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한의계 인사는 “이번 시범사업이 일차의료에서 한의약 역할을 강화하고 한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 치료가 커뮤니티 케어라고 하는 국가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국민 건강증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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