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의무화에 반대하기 위해 의료계 종주단체들이 뭉쳤다.
28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각 시·도 의사회는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적극 피력했다.
먼저 서울시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공개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3개 단체가 공동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선 “미래 의료를 위해 대응하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각 단체와 과거에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현안에 따라 의료계 단체들이 모여 대응할 수 있으며, 이번 정책에 관련해선 대책마련을 위해 꾸준히 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6개 시·도 각 직역 단체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해당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경 서울시치과의사협회장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가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건 허울 뿐인 명분"이라며 "서울시치과의사회는 지난달 이 정책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협회장은 “잘못된 행정을 철회하고 의료인들이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달라"며 "3개 단체는 앞으로도 잘못된 정책은 따끔하게 꼬집고 좋은 정책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외에도 주요 시·도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는 이날 일제히 공동 성명을 내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인천·강원·전북·대전·충남·울산 지역이 참여했으며 향후 입장을 표명하는 지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3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행위를 온라인 가격 비교하듯 폄하·왜곡하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광래 인천시의사회장은 "16개 시도 산하 각 단체가 공통의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뭉쳤다"며 “각 단체가 합심하는 모습을 정부에 보여줌으로써 강력한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지역에서도 3개 단체가 공동 성명서를 내고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의료인의 자율적 진료권을 침해한다"며 "진료비용이 공개될 경우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듯 의료행위를 폄하하고 왜곡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지역 3개 단체도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의료인과의 전문적 논의나 의료 현장 실태도 파악하지 않은 부적절한 정책의 졸속 시행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것임을 공감, 충남 지역 3개 의료단체장은 논의를 통해 뜻을 함께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오는 6월부터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도록 했다.
비급여 정책은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을 촉진하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었으나 기준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적정한 사회적 통제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과 함께 환자의 진료내역도 보고하도록 했는데, 이는 민감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의무화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도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한 뒤 동의를 구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자유로운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비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한다면 의료기관들 간 불필요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