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의·한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둔 두 직역 간 대립은 여전하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관련법상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관련 판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7일 한의계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는 구강 내 보조장치를 이용한 의료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묻는 한방병원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사법부 판결이 있는 경우 판례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유사한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길 바란다”며 한의사의 구강 내 보조 장치 활용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소개했다.
당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치과의사의 턱관절 진료영역을 침범했다”며 형사고소 했지만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입 속에 기구를 넣어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된다”며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턱관절 장애 및 불편에 대한 치료는 치과의사의 배타적 역이 아니라 의과 전문의도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독점적 진료영역으로 인정한다면 다른 의학 분야 발전에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개별사안에 대한 위법성을 따진다. 유사한 사례가 아닌 경우 법정에 가기 전까지는 위법성을 가를 수 없다.
때문에 그동안 한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매번 갈등을 빚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사례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다. 당시 某 지역 보건소는 한의사 3명이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했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한의사들은 “평등권을 침해한 처분”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를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재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가 없어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해 6월 청구를 기각했다.
이처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둔 한의계와 의료계 갈등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특히 추나요법과 관련한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가 곧 끝나는 최 회장의 뜻과 별개로도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의료계 또한 이 같은 움직임에 경계하는 모습이다.
김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법제도팀장은 지난 4일 열린 ‘제50차 정책포럼’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면허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며 “특히 환자에게 위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