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의정협의체 실무협의에 따라 추진되던 의약한정 협의체 첫 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의약한정 협의체는 의사집단휴진 사태 이후 구성되는 ‘의정협의체’와는 별도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만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기구다.
앞서 의협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안전성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의약한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13일 의료계 및 한의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예정됐던 의약한정 협의체 첫 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의협 관계자는 “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참여하는 첫회의가 8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한의계의 반발 등으로 연기됐다”며 “아직 추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의계는 의약한정 협의체 구성에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정부와 의협이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체에 대한 한의계의 어떠한 동의도 없었다”며 “의협이 참여한다면 복지부장관 사퇴운동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첩약 급여화를 감독하기 위한 협의체에 의협이 들어오는 것은 ‘비전문가의 개입’이란게 한의협의 주장이다.
김경호 한의협 부회장 겸 대변인은 “한의사와 의사 영역이 나눠져 있는데, 의협이 협의체에 참여한다는 것은 마치 한의협이 ‘수술실 CCTV 관리감독을 위한 협의체’에 포함시켜 달라는 말과 같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의협은 의사 집단휴진(파업)을 일단락 짓기 위한 의정협상의 선결사항으로 ‘의약한정 협의체 구성 후 시범사업 추진’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지난달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자 의협은 “의정협상을 파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복지부는 뒤늦게 의약한정 협의체 구성을 의협 측에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5일 의협 내부회의에서 “정부와 실무회의를 통해 의정협의체 앞서 의약한정협의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한의계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의협과 대한약사회 그리고 복지부가 함께 논의하고 출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사업과 관련한 핵심단체 중 하나인 한의협이 반대하면서 의약한정 협의체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의협이 협의체에 들어가려는 것은 단지 안전성과 유효성을 체계적으로 입증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라며 “한의학에 대해선 비전문가인 만큼 첩약 조제나 치료행위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의학에선 환자 경험을 중심으로 따지는데, 정확한 효과를 알기 위해선 의학적인 비교대조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건강을 둔 시범사업이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의협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