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87%의 한의사들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수가인상 등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10일 한의협에 따르면 지난 4~6일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최종 시행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1만1953명의 한의사(86.99%)가 ‘반대(재협상)’에 표를 던졌다.
투표에 참여한 10명 중 9명 가까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찬성(그대로 시행)은 13.01%(1788표)에 그쳤다. 해당 투표에는 한의협 회원 2만 3485명 중 1만 3741명이 참여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한의협 집행부는 이번 투표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회원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경호 한의협 부회장 겸 대변인은 “현행 시범사업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회원들의 여론은 그동안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파악하고 있었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범사업 자문단에서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낮은 수가와 급여를 청구하는 입력 프로그램의 편의성”이라며 “처음 시작하는 시범사업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는데 최대한 신속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의사들은 보험급여 청구를 위한 약제입력 프로그램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가의 경우 시범사업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됐다. 특히 의과의 기본진찰료에 해당하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한의사들은 주장했다.
시범사업에 앞서 이뤄진 정부용역에서 '심층변증·방제기술료'는 3만8780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과의 기본진찰료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가가 책정됐다며 반발했고, 최종 시범사업에선 6290원이 낮아진 3만2490원으로 시행됐다.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심층변증·방제기술에 대한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 한의사들의 얘기다.
김 부회장은 “미국이나 의과처럼 한의사들도 환자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심층진료를 거쳐 보고서까지 작성해야 한다”며 “수가에 대한 부분은 시범사업 모니터링 기간 중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는데, 이번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더 강력하게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가의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을 거쳐 정해진 만큼 단기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둔 대회원 투표에서 ‘기권’을 요청하는 대회원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의계 전체가 시범사업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새로 시행된 첩약 건강보험의 불편함과 만족스럽지 못한 수가 및 시행절차 등으로 인해 회원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반대(재협상)’이란 투표상의 단서를 달아놓았더라도, 외부에는 반대가 폐기처럼 비춰질까 두렵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