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첩약 과학화 촉구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가 10일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의료계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4대 악 중 하나로 명명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료계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건정심에서 결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강행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는 이날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정 협상에서 합의한대로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원점에서부터 의료계와 협의해 급여 대상 기준인 의학적 타당성·중대성, 치료·비용 효과성, 환자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정책 파트너인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병원협호(병협)·대한약사회(약사회) 등 의견 시 수렴되지 못 하는 현재의 건정심 체계 구조의 개선이 확실하게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의료계가 도출한 합의안에는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한다’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고 돼 있다.
특히 범대위는 보건복지부가 오는 10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이왕준 병협 국제위원장은 “건정심에서 보고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의정협상 정신을 살리자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어떤 모델로 시범사업을 진행할지 제시도 하지 않은 채 10월 시범사업 진행을 강행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박종혁 의협 총무이사도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정치에 오염된 대표적 사례”라며 “해당 사업은 국민을 실험쥐로 여기는 것”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범대위는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첩약의 건강보험체계 진입에 대해 비판했다.
범대위는 “첩약의 원재료관리에서부터 조제 후 과정까지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첩약은 원료 의약품인 한약재를 임의 조제한 복합제제로 품질과 규격이 근본적으로 확립되기 어렵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첩약에만 과도한 특혜를 적용하는 불공평한 처사”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범대위는 “정부와 국회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된 문제를 다시 한 번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범대위에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의협, 병협, 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약사회, 대한약학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