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방문했다가 봉침을 맞고 쇼크로 숨진 사고와 관련, 쇼크상태에서 응급처치를 도운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부(노태헌 부장판사)는 19일 봉침시술을 받고 사망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유가족들이 한의사 B씨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의사에게는 유가족 중 남편에게 2억1054만원을, 가족에게는 각 1억304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가정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앞서 지난해 5월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방문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봉침 시술을 받던 중 돌연 쇼크 반응을 일으켰다. 벌에 있는 독(毒) 성분이 원인이 되는 아낙필라시스 쇼크였다.
A씨를 시술한 한의사는 같은 층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응급처치를 요청했다. 쇼크상태인 A씨를 본 이 전문의는 심폐소생술과 강심제 투여 등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나 쇼크 반응은 진정되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한의사는 119 구급대를 부르자고 했다. A씨는 곧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A씨는 당시 신혼 6개월이었다.
유족들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대상은 봉침을 놓은 한의사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모두였다.
유족들은 “119가 도착했을 당시 심정지한지 49분이 지난 후였다”며 “한의사는 제대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응급키트를 늦게 들고 오며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봉침을 놓은 당사자인 한의사가 아닌 응급처치를 도와주려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부당한 송사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선의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사례로 이어질 수 있는 소송이 제기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변호사가 의료계에 오래 활동한 분으로 알고 있어 더욱 유감스럽다"며 "국민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 의료인, 법조인, 국민 모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는 "한의사는 진료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의무에 따른 과실 책임을 물은 것이고 의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계약에 따른 의무가 아닌 호의로 도와주러 건 것으로, 합당한 결론"이라고 평했다.
이어 "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도 다퉈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A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